2011년 메이저리그(MLB) 와일드카드 레이스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던 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극 중 하나로 기억된다. 아메리칸 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와 탬파베이 레이스, 내셔널 리그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각각 단 하나의 와일드카드 티켓을 놓고 벌인 이 경쟁은 '게임 162(Game 162)'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정규시즌 최종전을 낳았다. 9월 한 달 동안 벌어진 거대한 격차의 붕괴와 마지막 순간의 뒤집기는 현대 야구의 드라마틱한 요소를 모두 갖춘 사건이었다.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역사적인 몰락을 경험했다. 9월 초순까지만 해도 보스턴은 탬파베이에 9경기 차로 앞서 있었으나, 9월 한 달간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격차를 좁혀졌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9월 28일, 보스턴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9회말 2사 후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같은 시각, 탬파베이는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0-7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고 12회말 에반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며 보스턴을 따돌리고 와일드카드를 획득했다.
내셔널 리그에서도 유사한 양상의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9월 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8.5경기 차로 앞서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애틀랜타가 시즌 막판 연패를 거듭하는 사이, 토니 라루사 감독이 이끄는 세인트루이스는 무서운 상승세로 추격을 시작했다. 결국 시즌 마지막 날, 세인트루이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완파한 반면 애틀랜타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연장 접전 끝에 패배하며 와일드카드 티켓은 세인트루이스의 차지로 돌아갔다.
이날의 극적인 결과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와일드카드 제도를 개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단 한 경기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의 열기가 흥행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이듬해인 2012년부터 와일드카드 티켓을 리그당 두 장으로 늘리고, 두 팀이 단판 승부를 벌이는 '와일드카드 게임'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이는 포스트시즌 진출권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정규시즌 막판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1년 와일드카드 레이스의 최종 승자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기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세인트루이스는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를 거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역사적인 6차전 승부를 포함한 혈투 끝에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간신히 가을야구에 턱걸이했던 팀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2011년 와일드카드 레이스가 가진 상징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