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AFC 아시안컵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된 제11회 대회이다. 1996년 12월 4일부터 12월 21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아시아 축구 연맹(AFC) 소속 12개국이 본선에 참가하였다. 이전 대회까지 8개국 체제였던 본선 참가국 수가 이 대회부터 12개국으로 확대되어 대회의 규모와 경기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경기는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 알아인의 타눈 빈 모함메드 스타디움에서 분산 개최되었다.
대회 방식은 12개 팀이 4개 팀씩 3개 조로 나누어 조별리그를 치르는 형태였다. 각 조의 1, 2위 팀은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며, 각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2개 팀이 추가로 8강에 합류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중동 지역에서 개최된 만큼 서아시아 국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졌으며, 고온 건조한 기후와 현지 적응 문제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이 대회는 충격적인 결과로 기억되는 대회이다.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조 3위로 간신히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8강전에서 만난 이란에게 전반까지 리드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 알리 다에이에게만 4골을 허용하는 등 수비가 무너지며 2-6으로 참패했다. 이 경기는 한국 축구 역사상 아시안컵 최다 실점 패배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결승전은 개최국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결로 성사되었다. 두 팀은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으나, 이어진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아라비아가 4-2로 승리하며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4년과 1988년에 이어 다시 한번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1990년대 아시아 축구의 강자임을 입증했다. 개최국 아랍에미리트는 자국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결승까지 올랐으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대회 개인 기록 면에서는 이란의 알리 다에이가 총 8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한국과의 8강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라는 명성을 굳건히 했다. 3위 결정전에서는 이란이 쿠웨이트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여 최종 3위를 차지했다. 1996년 아시안컵은 중동 축구의 전성기를 확인시켜 준 동시에, 본선 참가국 확대를 통해 대회 운영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대회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