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

1938년은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운이 유럽 전역에 짙게 드리운 해였다. 나치 독일은 아돌프 히틀러의 주도하에 팽창주의 정책을 본격화하며 국제 질서를 위협했다. 3월에는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는 안슐루스(Anschluss)를 단행했으며, 이어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영토 할양을 요구했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9월 뮌헨 협정을 체결하며 유화 정책을 펼쳤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나치 독일의 야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또한 11월에는 독일 전역에서 유대인을 향한 조직적 폭력 사태인 '수정의 밤(Kristallnacht)'이 발생하며 홀로코스트의 비극적 전조를 보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중일 전쟁이 격화되면서 일제의 침략 행위와 전시 수탈이 극에 달했다. 일제는 전쟁 수행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4월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했다. 이 법에 따라 한반도 내의 인력과 물자는 강제로 동원되었으며, 조선인들에게는 황국신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신사참배와 내선일체가 강요되었다. 조선어 사용이 억압되고 일본식 성명으로의 개칭이 준비되는 등 민족 말살 통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시기이기도 하다.

과학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발견과 발명이 잇따랐다. 독일의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은 핵분열 현상을 발견하여 원자력 시대의 서막을 열었으며, 이는 훗날 원자폭탄 개발과 원자력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 산업 측면에서는 미국 듀폰사가 최초의 합성 섬유인 나일론을 발표하여 의류 산업에 혁명을 예고했다. 또한 헝가리의 라즐로 비로가 현대적 형태의 볼펜 특허를 획득하였고, 테플론(Teflon)이 우연히 발견되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졌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과 사회적 불안이 투영된 사건들이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오슨 웰스가 연출한 라디오 드라마 '우주 전쟁'이 방송되었는데, 이를 실제 외계인의 침공 상황으로 오해한 수많은 시민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학 분야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의 정수를 담은 장 폴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가 출간되어 지성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영화계에서는 월트 디즈니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가치를 증명했다.

결론적으로 1938년은 20세기 역사에서 평화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거대한 파괴의 시대로 진입하는 분기점이었다. 외교적 타협을 통한 전쟁 방지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고, 과학적 성과는 인류 문명 발전과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이라는 양면성을 띠며 발전했다. 전 세계는 이듬해 발발할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참극을 향해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