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

1912년은 그레고리력으로 월요일로 시작하는 윤년이다.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시기로, 세계사적으로 제국주의의 팽창과 몰락, 그리고 산업화의 명암이 교차하는 격동의 해였다. 유럽에서는 전운이 고조되고 있었고, 아시아에서는 오랜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가 수립되는 등 정치적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이 해에 발생한 가장 유명한 사건은 RMS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다. 1912년 4월 14일 밤,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당대 최대의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하여 이튿날 새벽에 침몰했다. 이 사고로 1,500명 이상의 승객과 승무원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난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한편, 탐험사적으로는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이 남극점 도달 소식을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린 해이자, 영국의 로버트 팔콘 스콧 탐험대가 남극점에 도달한 후 귀환하던 중 전원 조난사한 비극적인 해이기도 하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아시아 대륙에서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1912년 1월 1일 쑨원을 임시대총통으로 하는 중화민국이 공식 수립되었다. 이어 2월에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푸이)가 퇴위하면서, 기원전 3세기 진시황 이래 2천 년 넘게 이어져 온 중국의 제국 체제가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했다. 유럽에서는 발칸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여 10월에 제1차 발칸 전쟁이 발발했다. 불가리아, 세르비아, 그리스, 몬테네그로로 구성된 발칸 동맹이 오스만 제국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향후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는 발칸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심화시켰다.

한국사에서 1912년은 일제강점기 무단통치의 억압이 제도적으로 굳어지던 시기였다. 일제는 이 해에 '조선태형령'을 공포하여, 갑오개혁 때 폐지되었던 가혹한 신체형인 태형을 조선인에게만 차별적으로 부활시켰다. 또한 '토지조사령'을 제정 및 공포하여 조선의 토지를 수탈하고 식민지 지주제를 확립하기 위한 토지조사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독립운동 탄압도 거세져, 신민회 간부와 서북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대거 구속하고 고문한 이른바 '105인 사건'의 재판이 이 해에 열려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억울하게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학과 문화 분야에서도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는 1912년 지질학회에서 최초로 대륙이동설을 발표하여 현대 지구과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폴란드 출신의 생화학자 카지미에시 풍크는 필수 영양소의 개념을 정립하며 '바이타민(Vitamin)'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창안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제5회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었으며, 이 대회는 최초로 5대륙의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올림픽으로 기록되었다. 동시에 전자식 타이머와 사진 판독 기술이 처음 도입된 혁신적인 대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