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

1906년은 그레고리력으로 월요일로 시작하는 평년이다. 한국사에서 이 시기는 대한제국의 국권이 일제에 의해 본격적으로 침탈되기 시작한 비극적인 해이다. 전년도인 1905년에 강제 체결된 을사늑약의 결과로, 1906년 2월 한성(서울)에 일본의 통감부가 설치되었다. 초대 통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부임하면서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상실하고 사실상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다. 이에 반발하여 민종식, 최익현, 신돌석 등 전국 각지에서 항일 의병 운동(을사의병)이 거세게 일어났으며, 국권 회복을 위한 애국계몽운동과 근대 사립학교 설립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세계사적으로 1906년 가장 주목받은 사건 중 하나는 4월 18일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다. 규모 7.8로 추정되는 이 강력한 지진과 그로 인해 촉발된 대형 화재는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체의 80% 이상을 파괴했다. 이 재난으로 인해 약 3,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 사건은 이후 지진학 연구와 건축물의 내진 설계, 그리고 도시 재건 및 소방 시스템에 대한 현대적 접근을 마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과학 및 통신 기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1906년 11월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무선전신 회의에서는 기존의 조난 신호인 'CQD'를 대체하여 'SOS'를 국제 표준 조난 신호로 채택했다. 이는 모스 부호로 송수신하기 가장 명확하고 간편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발명가 리 디 포리스트가 3극 진공관을 발명하여 라디오와 전자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으며, 레지널드 페슨든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계 최초로 음성과 음악을 송출하는 무선 라디오 방송을 성공시켰다. 한편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3년에 걸친 항해 끝에 북서항로를 세계 최초로 개척하는 업적을 남겼다.

국제 정치 무대에서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긴장과 유럽 내부의 정치적 변화가 두드러졌다. 1월부터 4월까지 열린 알헤시라스 회의를 통해 제1차 모로코 위기가 일단락되었으나, 이는 독일 제국과 프랑스-영국 간의 외교적 대립을 심화시켜 향후 제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10여 년간 국가를 분열시켰던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마침내 최고재판소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군적을 회복하며 명예를 되찾았다. 영국에서는 노동대표위원회가 현재의 영국 노동당(Labour Party)으로 공식 창당되어 현대 영국 정치의 양대 정당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문화와 예술, 사회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들이 남았다. 미국의 제임스 스튜어트 블랙턴은 칠판에 분필로 그린 그림을 촬영한 《유쾌한 얼굴들의 재미있는 표정들(Humorous Phases of Funny Faces)》을 제작하여 세계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탄생시켰다. 미술계에서는 후기 인상주의의 거장이자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이 타계하며 한 시대의 막을 내렸다. 시대적으로 이 시기는 유럽에서는 '벨 에포크', 미국에서는 '진보주의 시대'의 한가운데 위치하여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의 명암이 교차하는 격동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