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mm ML-20 곡사포

152mm ML-20 곡사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운용한 중형 화포로, 정식 명칭은 '1937년형 152mm 곡사포-평사포(152-мм гаубица-пушка обр. 1937 г.)'다. 표도르 페트로프가 이끄는 제172공장 설계국에서 개발되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152mm M1910/34 평사포를 대체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 화포는 평사포의 긴 사거리와 곡사포의 높은 발사각을 동시에 갖춘 '곡사-평사포(Howitzer-gun)'라는 독특한 체급으로 분류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ML-20은 122mm A-19 평사포와 동일한 2축 포차를 공유하여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포신 끝에는 다공성 포구 제퇴기(Muzzle Brake)가 장착되어 발사 시 발생하는 강력한 반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총 13단계의 세분화된 장약을 사용하여 다양한 사거리와 탄도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최대 사거리는 약 17.2km에 달했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ML-20은 일선 부대에서 야전 포병 지원은 물론 공성포의 역할까지 폭넓게 수행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ML-20은 소련군의 군단급 및 최고사령부 예비 포병 부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독일군의 견고한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장거리 대포병 사격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특히 40kg이 넘는 고폭탄의 위력은 매우 강력하여, 직접 사격 시 독일군의 티거(Tiger)나 판터(Panther) 같은 중전차를 상대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탄각의 파괴력만으로도 적 전차의 포탑을 분리시키거나 내부 장비를 파손시킬 정도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ML-20은 견인포 형태 외에도 자주포의 주무장으로 채택되어 그 가치를 증명했다. 독소전쟁 중기 이후 등장한 SU-152ISU-152 자주포에 탑재되어 '맹수 사냥꾼(Zveroboy)'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독일의 중장갑 차량들을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1937년부터 1946년까지 약 6,800문 이상이 생산되었으며, 종전 후에도 냉전 시기 동안 바르샤바 조약국 및 여러 친소 국가에 보급되어 수십 년간 현역으로 운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