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6

1336년은 14세기 중엽의 평년으로,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기존의 정치 질서가 재편되고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던 격변의 시기였다. 서구에서는 중세 후기가 막바지로 향하며 근대적 국가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했고, 동양에서는 몽골 제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각 지역의 토착 세력들이 권력 투쟁을 벌였다.

일본 역사에서 1336년은 남북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결정적인 해이다. 아시카가 다카우지는 미나토가와 전투에서 고다이고 천황의 충신이었던 구스노키 마사시게를 격파하고 교토를 점령했다. 고다이고 천황은 요시노로 도망쳐 남조를 세웠고, 다카우지는 교토에서 고묘 천황을 옹립하여 북조를 세웠다. 이로써 일본은 두 명의 천황이 공존하며 대립하는 약 60년간의 내란기로 접어들게 되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훗날 거대 제국을 건설하게 되는 티무르가 4월 8일 트란스옥시아나의 케쉬 인근에서 탄생했다. 티무르의 등장은 향후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서아시아의 일 한국은 1335년 아부 사이드 칸의 사후 후계 문제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으며, 1336년에 이르러 여러 소국으로 분열되는 과정이 가속화되었다.

유럽에서는 백년전쟁의 서막이 오르기 직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3세는 스코틀랜드 침공을 지속하며 제2차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을 주도했다. 프랑스의 필리프 6세가 스코틀랜드를 지지하며 잉글랜드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듬해인 1337년 백년전쟁이 발발하는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교황 베네딕토 12세는 아비뇽 유배기 동안 교황청의 체제를 정비하는 데 주력했다.

동아시아의 고려는 충숙왕이 복위하여 통치하던 시기로, 원나라의 간섭 속에서 대내외적인 안정을 꾀하고 있었다. 중국 본토의 원나라는 혜종(토곤 테무르)의 치세 아래 있었으나, 자연재해와 기근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민심이 이반되기 시작했다. 이는 훗날 원나라가 멸망하고 명나라가 들어서는 사회적 혼란의 초기 징후들이 나타나던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