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은 그레고리력에서 1년 중 321번째, 윤년일 경우 322번째 날에 해당한다. 북반구 기준으로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교체기이며, 기후적으로 늦가을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다.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점인 동시에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하여 여러 기념일로 지정된 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11월 17일은 법정기념일인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 날은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하다 순국한 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전하고 넋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11월 17일이 기념일로 선택된 역사적 배경에는 1905년 11월 17일에 강제로 체결된 을사조약(을사늑약)이 있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당한 치욕적인 날을 잊지 않고, 잃어버린 국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추모하자는 뼈아픈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제적으로 11월 17일은 '국제 학생의 날(International Students' Day)'로 지정되어 있다. 이 기념일의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인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치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한 것에 항거하며 프라하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교수들이 나치 무장친위대(SS)에 의해 처형되거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비극적인 사건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여러 국가와 학생 단체에서 학생들의 인권과 자유, 평화를 상징하는 날로 기념하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11월 17일은 인류의 교통과 무역 역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날이다. 1869년 11월 17일,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가 공식적으로 개통되었다. 수에즈 운하의 개통은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유럽과 아시아를 직접 연결하는 최단 해상 항로를 열어줌으로써 세계 해운 역사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 운하는 이후 글로벌 무역의 핵심 통로가 되었으며, 제국주의 열강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격돌하는 주요 거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1989년 11월 17일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공산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Velvet Revolution)'이 시작된 날이다. 국제 학생의 날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프라하의 학생 시위대가 경찰의 폭력 진압에 맞서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대되었다.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의가 크며, 이 날은 현재 체코와 슬로바키아 양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기념하는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