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는 세계사적으로 중세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시기다. 고대의 질서가 완전히 붕괴하고 새로운 지역 강국들이 등장하며 봉건적 체제가 공고해진 격동의 시대였다. 동아시아에서는 당나라의 멸망 이후 대혼란기가 전개되었고, 유럽에서는 이민족의 침입이 잦아들며 국가적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대제국들의 분열과 신흥 세력의 도약이 교차하며 세계 질서가 재편된 시기로 평가받는다.
동아시아에서는 당나라가 907년에 멸망한 후 오대십국의 혼란기가 이어졌다. 한반도에서는 신라와 발해가 쇠퇴하고 후삼국 시대의 치열한 쟁패가 벌어졌으나,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여 936년 민족의 재통일을 달성했다. 북방에서는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발해를 멸망시키고 세력을 확장하여 동북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960년 조광윤이 송나라를 세워 분열을 종식하고 문치주의 중심의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이민족인 바이킹, 마자르족, 이슬람 세력의 침입이 정점에 달한 후 점차 정착과 안정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동프랑크 왕국의 오토 1세는 마자르족을 격퇴한 공로로 962년 교황으로부터 황제의 관을 받아 신성 로마 제국의 기틀을 닦았다. 서프랑크 왕국에서는 카롤링거 왕조가 단절되고 987년 위그 카페가 국왕으로 추대되면서 프랑스 왕국의 기틀인 카페 왕조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 유럽은 외침이 줄어들면서 농업 생산력이 증대되었고 기사 계급을 중심으로 한 봉건제가 완전히 정착되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아바스 왕조의 중앙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여러 지방 왕조가 독립하는 분열 양상을 보였다. 북아프리카에서는 시아파 세력인 파티마 왕조가 등장하여 969년 이집트를 정복하고 카이로를 건설하며 독자적인 칼리프를 칭했다. 이베리아반도에서는 후우마이야 왕조가 전성기를 누리며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찬란한 이슬람 문화를 꽃피웠다.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문명권은 과학, 철학, 의학 분야에서 고대 그리스와 인도의 지식을 계승·발전시키며 세계 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지속했다.
문화와 기술 측면에서 10세기는 지식 보급의 중대한 진전이 있었던 시기다. 중국에서는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여 유교 경전과 불교 서적의 대량 인쇄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지식인 계층의 확대로 이어졌다. 해상 무역에서도 이슬람 상인들이 인도양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교역망을 장악하며 동서양의 물산 교류를 촉진했다. 또한 중남미에서는 마야 문명이 쇠퇴하고 톨텍 문명이 멕시코 고원을 중심으로 부흥하는 등 대륙별로 문명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