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홍라희는 대한민국의 기업인이자 미술 행정가로, 삼성그룹 제2대 회장인 이건희의 배우자이며 삼성미술관 리움의 전 관장이다. 1945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당시 일제강점기 판사였던 홍진기와 김윤남 사이의 장녀로 태어났다. 그녀의 부친인 홍진기는 이후 법무부 장관, 내무부 장관, 중앙일보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며, 동생으로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등이 있다.

학업은 경기여자중학교와 경기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이던 1967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의 차남인 이건희와 결혼하여 삼성가에 입성했다. 결혼 이후에는 주로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내조에 전념하는 한편, 전공을 살려 미술계에서 서서히 보폭을 넓혀가며 삼성그룹의 문화 예술 사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홍라희는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5년 호암미술관 관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미술 행정가의 길을 걸었으며,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하자 초대 관장으로 부임했다. 그녀는 특유의 심미안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국의 고미술품부터 동시대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컬렉션을 구축했다. 리움은 그녀의 지휘 아래 세계적 수준의 시설과 소장품을 갖춘 대한민국 대표 사립 미술관으로 성장했다.

슬하에는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그리고 삼녀 고 이윤형을 두었다. 그녀는 삼성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자녀들이 그룹 내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남편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에는 유족들과 협의하여 수만 점에 달하는 귀중한 미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을 국가 기관에 기증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는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직을 포함한 모든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 원로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구축한 삼성의 미술 네트워크와 안목은 여전히 한국 미술계의 자산으로 평가받으며, 그녀의 행보는 대중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재벌가의 일원이자 문화 예술계의 거장으로서 그녀가 남긴 족적은 경제와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