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베르셀리우스(본명: 옌스 야코브 베르셀리우스, Jöns Jacob Berzelius, 1779~1848)는 근대 화학의 체계를 정립한 스웨덴의 화학자이다. 그는 로버트 보일, 존 돌턴, 안투안 라부아지에와 함께 현대 화학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불린다. 베르셀리우스는 평생에 걸친 정밀한 실험을 통해 화학 반응의 법칙들을 규명하였으며, 연금술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화학을 엄밀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현대적인 화학 기호 체계를 고안하여 표준화한 것이다. 베르셀리우스 이전에는 원소를 나타내기 위해 복잡한 그림이나 기하학적 문양을 사용했으나, 그는 원소의 라틴어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나타내는 방식을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수소(H), 산소(O), 탄소(C)와 같은 간결한 표기법이 확립되었으며, 원소 기호 뒤에 숫자를 적어 화합물의 원자 비율을 나타내는 방식 또한 그에 의해 완성되었다.
원소 발견 분야에서도 그는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베르셀리우스는 세륨(1803), 셀레늄(1817), 토륨(1828)을 직접 발견하였고, 그의 실험실에서 함께 연구하던 제자들은 리튬, 바나듐, 란타넘 등의 원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그는 규소, 지르코늄, 티타늄을 처음으로 순수한 상태의 원소로 분리해냈으며, 이는 물질의 근본 구성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이론 화학 측면에서도 그는 현대 화학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여러 용어와 개념을 정의하였다. 어떤 물질이 화학 반응을 촉진하지만 자신은 변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촉매(catalysis)’, 분자식은 같지만 구조가 다른 ‘이성질체(isomer)’, 그리고 ‘고분자(polymer)’, ‘단백질(protein)’ 등의 용어가 모두 베르셀리우스에 의해 처음 제안되거나 정의되었다. 그는 또한 전기 화학적 이원론을 통해 화합물의 결합 원리를 설명하려 시도하는 등 화학 이론의 지평을 넓혔다.
베르셀리우스는 당대 최고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원자량 표를 작성하여 돌턴의 원자설을 실험적으로 뒷받침하였다. 그가 측정한 원자량 값은 현대의 정밀 측정치와 비교해도 오차가 매우 적을 정도로 정확하였으며, 이는 화학적 양론 연구의 핵심적인 토대가 되었다. 그가 저술한 화학 교과서인 ‘화학 교본(Lärbok i kemien)’은 유럽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수십 년간 화학 교육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19세기 과학계에 막대한 지적 영향력을 행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