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업 걸(Pin-up girl)은 대중문화의 한 상징으로, 벽에 핀으로 꽂아 놓을 수 있는 인쇄된 여성의 사진이나 삽화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1941년경 처음으로 문헌에 등장했으나, 이러한 형태의 미적 이미지는 19세기 후반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주로 잡지, 신문, 달력 등에 실린 매력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대량 생산되어 유포되었으며, 이는 당대의 미적 기준과 대중이 열망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반영하는 시각적 지표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핀업 걸 문화가 전성기를 맞이한 결정적인 시기였다. 전쟁터로 떠난 병사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핀업 걸 사진을 막사 벽이나 개인 사물함에 붙여 두었다. 특히 군용기의 기체 전면에 여성의 이미지를 그려 넣는 '노즈 아트(Nose Art)'가 유행하면서 핀업 걸은 군인들 사이에서 승리와 행운의 상징으로 통했다. 당시 베티 그레이블이나 리타 헤이워드 같은 스타들의 사진은 군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가적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핀업 걸의 예술적 양식은 초기 사진보다는 정교하게 묘사된 일러스트레이션에서 그 독특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알베르토 바르가스(Alberto Vargas)와 길 엘브그렌(Gil Elvgren)은 이 분야를 개척한 대표적인 화가들이다. 이들은 여성의 신체 비율을 이상화하여 강조하면서도, 옷자락이 걸리거나 바람에 날리는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우연하고 재치 있는 상황을 설정하여 친근함과 관능미를 동시에 표현했다. 이러한 화풍은 에어브러시 기법의 발달과 함께 더욱 매끄럽고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얻게 되었다.
1950년대 이후 사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성인용 잡지의 등장은 전통적인 삽화 중심의 핀업 걸 문화를 변화시켰다. 마릴린 먼로와 같은 전설적인 아이콘이 등장하며 대중문화의 중심을 차지했으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대두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핀업 걸은 복고풍(Retro) 패션과 로커빌리(Rockabilly)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재해석되고 있다. 오늘날 핀업 걸 양식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을 넘어 당당함과 개성을 표현하는 빈티지 예술 장르로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