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충사 청동 은입사 향완

표충사 청동 은입사 향완은 경상남도 밀양시 표충사에 소장된 고려 시대의 대표적인 금속 공예품이다.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75호로 지정되었으며, 향을 피우는 그릇인 향완 중에서도 제작 기법이 정교하고 제작 연대가 확실하여 가치가 매우 높다. 고려 시대 특유의 세련된 조형미를 보여주는 이 유물은 당시 불교 공예의 정수를 잘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인 형태는 몸체 윗부분에 넓은 전(테두리)이 달려 있는 반원형의 몸체와, 아래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나팔 모양의 받침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높이는 27.5cm, 입지름은 26.1cm로 몸체와 받침의 비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안정감을 준다. 이러한 형태는 고려 시대 향완의 전형적인 양식으로, 통일신라 시대의 향로에서 발전하여 고려 시대에 이르러 독자적인 조형미를 갖추게 된 것이다.

표면 장식에는 청동 바탕에 은선을 박아 무늬를 만드는 은입사 기법이 사용되었다. 몸체에는 네 개의 원을 배치하고 그 안에 승천하는 용과 구름 무늬를 정교하게 입사하였으며, 원 밖의 나머지 공간은 화려한 넝쿨무늬로 가득 채웠다. 나팔 모양의 받침에는 구름과 연꽃무늬를 새겨 넣었으며, 윗부분의 넓은 전에는 6개의 범자(梵字)를 은입사하여 불교적인 신성함을 강조하였다.

이 향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의 뒷면에 새겨진 57자의 은입사 명문이다. 명문에 따르면 이 향완은 고려 명종 7년(1177년)에 제작되었으며, 원래 창녕 흥룡사(興龍寺)에 봉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제작 시기와 장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어 고려 시대 금속 공예 연구 및 향완의 변천 과정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표충사 청동 은입사 향완은 현존하는 은입사 향완 가운데 제작 시기가 매우 이른 편에 속하며 보존 상태 또한 극히 양호하다. 세련된 은입사 문양과 균형 잡힌 몸체는 고려 시대 장인들의 뛰어난 금속 공예 기술력을 증명한다. 이는 단순한 종교 도구를 넘어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 한국 불교 미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