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쿤(冯坤, Peng Kun)은 중국의 전직 배구 선수이자 전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2000년대 세계 최고의 세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7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녀는 183cm의 장신 세터로서 중국 여자 배구가 제2의 황금기를 구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뛰어난 신체 조건과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그녀는 2001년 중국 국가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후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03년 일본에서 열린 배구 월드컵에서 중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베스트 세터상을 수상하였고, 이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그녀가 보여준 빠르고 정확한 토스는 중국 배구 특유의 변칙적이고 속도감 있는 공격 전술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였다.
펑쿤의 선수 경력에서 정점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다. 그녀는 팀의 주장으로서 중국 여자 배구팀을 지휘하며 20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대회에서 펑쿤은 뛰어난 활약을 인정받아 대회 MVP와 베스트 세터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세터 포지션의 선수가 올림픽 MVP를 차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이는 그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음을 증명한다.
장신 세터인 펑쿤은 단순히 토스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블로킹과 서브, 그리고 직접 공격에 가담하는 능력까지 겸비한 전천후 선수였다. 네트 위에서의 높은 타점을 이용해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속공 위주의 볼 배급을 즐겼으며, 위기 상황에서는 강력한 블로킹으로 직접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다재다능함은 이후 현대 배구에서 요구되는 장신 세터의 표본이 되었다.
현역 시절 후반기에는 이탈리아 리그의 아시스텔 노바라(Asystel Novara)로 이적하여 유럽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2011년 광둥 에버그란데에서의 활동을 끝으로 공식 은퇴했다. 은퇴 이후에는 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키아티퐁 라차타그리앙카이 감독과 결혼하여 화제를 모았으며, 현재는 배구 행정가 및 지도자로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펑쿤은 중국 배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이자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된 세터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