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오기 세이치로(東儀誠一郎, 1884~1943)는 일본의 가가쿠(雅樂) 연주가이자 배우이다. 그는 일본 황실의 음악을 담당하던 세습 가문인 토오기 가문 출신으로, 전통 예술의 계승자라는 배경을 가지고 근대 연극 운동에 참여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본래 황실 악사로 활동하며 전통 음악과 무용을 익혔으나, 이후 서구식 근대 연극인 신극(新劇)의 도입과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는 1906년 츠보우치 쇼요가 주도한 문예협회(文藝協會)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연극계에 발을 들였다. 1913년에는 시마무라 호게츠, 마츠이 스마코 등과 함께 예술좌(藝術座)를 창립하는 데 기여하였다. 토오기 세이치로는 전통 가가쿠에서 익힌 발성법과 몸짓을 현대 연극에 접목하려 시도했으며, 특히 서양 고전 극의 일본어 공연에서 독자적인 연기 양식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토오기 세이치로는 단순히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극 음악과 연출 분야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가가쿠의 리듬과 선율을 현대적인 극 음악에 투영하거나, 전통 무용의 정적인 미학을 신극의 움직임에 도입하는 등 동서양 예술의 융합을 꾀했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급격하게 서구화되던 일본 연극계에 전통적 미학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좌 해산 이후에도 그는 다양한 극단과 협력하며 연기 활동을 지속했으나, 말년에는 다시 자신의 뿌리인 가가쿠와 전통 음악 연구로 돌아갔다. 그는 전통 예술가 가문의 일원으로서 근대라는 격변기를 거치며 전통과 현대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활동은 일본 현대 연극사에서 전통 예능인이 근대적 예술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았다.
그의 생애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생존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토오기 가문의 전통을 바탕으로 서구의 연극 형식을 받아들인 그의 행보는 오늘날 일본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까지도 토오기 가문은 일본의 국가 중요 무형 문화재인 가가쿠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이어가고 있으며, 세이치로의 선구적인 도전은 가문 내외에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