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루륨(Tellurium)은 주기율표의 16족에 속하는 산소족 원소로, 원자번호는 52번이며 원소 기호는 Te를 사용한다. 은백색의 금속 광택을 띠고 있으나 충격에 쉽게 부서지는 성질을 가진 전형적인 준금속(Metalloid) 원소다. 1782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광물학자 프란츠 요제프 뮐러 폰 라이헨슈타인이 트란실바니아의 금광석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후 1798년 독일의 화학자 마르틴 하인리히 클라프로트가 이 원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라틴어로 지구를 의미하는 '텔루스(Tellus)'에서 이름을 따와 텔루륨이라 명명했다. 주기율표상에서 위아래로 인접한 셀레늄, 폴로늄과 화학적 특성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
물리화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텔루륨은 전도성이 비금속과 금속의 중간 정도인 반도체 성질을 띠고 있다. 빛을 받으면 전기 전도성이 증가하는 광전도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정도는 셀레늄에 비해 약하다. 용융점은 약 449.5°C, 비등점은 약 988°C이다. 결정 상태에서는 띠 모양의 나선형 사슬 구조를 이루며 부서지기 쉬운 반면, 무정형 상태에서는 흑갈색 분말 형태를 띤다. 공기 중에서는 실온에서 비교적 안정하지만, 열을 가하면 청녹색 불꽃을 내며 연소하여 이산화 텔루륨(TeO2)을 형성한다. 산화수로는 주로 -2, +4, +6을 가지며, 산과 염기에 모두 반응할 수 있는 화학적 특징을 보여준다.
지각 내 텔루륨의 존재 비율은 약 0.001ppm으로 금, 백금, 은보다도 희귀한 극미량 원소로 분류된다.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원소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주로 금이나 은과 결합한 텔루라이드(Telluride) 형태의 광물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함질 광물로는 칼라베라이트(Calaverite)와 실바나이트(Sylvanite)가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텔루륨의 대부분은 구리나 납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인 양극 슬라임(Anode slime)을 정제하여 부산물 형태로 추출 및 생산한다.
현대 산업에서 텔루륨은 합금 첨가제 및 첨단 전자 재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 구리, 납 등의 금속에 소량을 첨가하면 가공성이 크게 향상되고 진동에 견디는 내피로성과 내식성이 좋아진다. 최근 텔루륨의 가장 큰 수요처는 텔루르화 카드뮴(CdTe)을 이용한 박막 태양전지 제조 분야다. 이 태양전지는 전통적인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에 비해 얇고 가벼우며 생산 비용이 저렴해 널리 사용된다. 또한 텔루르화 비스무트(Bi2Te3)는 전기를 가하면 한쪽은 차가워지고 다른 쪽은 뜨거워지는 펠티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열전 반도체 물질로, 소형 냉각기나 정밀 전자기기의 온도 제어 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재기록 광디스크(CD-RW, DVD-RW)의 상변화 기록층 물질, 고무의 가황 촉진제, 유리 착색제 등으로도 활용된다.
생물학적 측면에서 텔루륨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게 알려진 생리적 역할이 없는 비필수 원소이며 독성을 지니고 있다. 인체가 텔루륨 증기나 화합물에 노출되면 체내 대사 과정을 통해 디메틸 텔루라이드(Dimethyl telluride)라는 물질로 변환된다. 이 물질은 마늘과 매우 유사한 불쾌하고 강한 악취를 내는 것이 특징인데, 극소량에 노출되더라도 호흡, 땀, 소변 등을 통해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개월 동안 마늘 냄새가 지속될 수 있다. 급성 중독 시에는 두통, 구역질, 무기력증, 호흡기 자극을 유발하며 장기 노출 시 중추신경계와 간, 신장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산업 현장에서 취급할 때 엄격한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