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濁流)'는 작가 채만식이 1937년 10월부터 1938년 5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이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전라북도 군산을 배경으로 하여 금강 하구의 '탁한 물결'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당대 사회의 도덕적 타락과 자본주의적 욕망이 뒤섞인 혼탁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소설의 중심 인물인 유초봉은 봉건적인 가치관과 근대적 욕망 사이에서 희생되는 비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가난한 집안의 장녀인 초봉은 아버지 정 주사의 허영심과 무능으로 인해 은행원 고태수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이후 고태수의 죽음과 박제호의 유혹, 그리고 악질적인 인물인 장형보에 의한 유린을 겪으며 점차 파멸의 길을 걷는다. 초봉의 수난사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식민지 치하에서 민중이 겪어야 했던 수탈과 도덕적 파탄의 알레고리로 해석된다.
작품의 배경인 군산은 일제의 미곡 수탈이 이루어지던 항구 도시로, 미두장(현대의 선물 거래소와 유사한 투기장)을 중심으로 사행심이 들끓던 곳이다. 정 주사로 대변되는 몰락한 지식인 계층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미두에 빠져드는 모습은 당시 조선 사회에 만연했던 황금만능주의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작가는 이처럼 돈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윤리가 상실되어가는 과정을 냉소적이고도 치밀한 필치로 묘사하였다.
채만식은 이 작품에서 특유의 반어법과 풍자 기법을 활용하여 지배 계급의 위선과 식민지 근대화의 허구성을 고발하였다. 인물들의 대화와 심리 묘사에서 드러나는 판소리 사설 투의 문체와 냉소적 어조는 독자로 하여금 비극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특히 작가는 초봉의 동생인 계봉과 남승재라는 인물을 통해, 비록 현실은 탁류처럼 혼탁할지라도 이를 극복하고 정화하려는 새로운 세대의 의지를 조심스럽게 투영하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탁류'는 1930년대 한국 소설이 도달한 사실주의 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식민지 조선의 경제적 파탄과 윤리적 붕괴를 '탁류'라는 거대한 상징 속에 담아내어 시대적 아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소설은 오늘날에도 자본주의의 병폐와 인간 소외 문제를 성찰하게 하는 고전으로서 그 문학적 가치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