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무소(虚無僧, 허무승)는 일본 에도 시대에 활동했던 불교 종파인 보화종(普化宗, 후케슈)의 승려를 일컫는다. 이들은 보화선사(普化禪師)를 시조로 받들며, 전통적인 불교 종파와 달리 경전을 읽는 대신 대나무 피리인 샤쿠하치(尺八)를 연주하는 것을 주요 수행 방식으로 삼았다. '허무(虚無)'를 깨닫기 위해 길을 떠나는 구도자라는 의미에서 이름이 유래하였으며, 이들은 특유의 복색과 수행 방식으로 인해 일본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코무소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텐가이(天蓋)'라고 불리는 깊은 바구니 모양의 삿갓을 머리에 쓰는 것이다. 이 삿갓은 머리 전체를 덮어 얼굴을 완전히 가리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아집을 버리고 세상과 단절하여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종교적 의지를 상징한다. 또한 이들은 허리에 두 자루의 칼 대신 샤쿠하치를 차고 다녔으며, 이 악기를 단순한 연주 도구가 아닌 깨달음을 얻기 위한 법구(法具)로 간주하였다.
에도 시대에 코무소는 막부로부터 특별한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부여받았다. 보화종의 승려들은 샤쿠하치를 독점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으며, 전국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받아 여행의 자유를 누렸다. 이러한 특권 때문에 신분을 숨겨야 했던 몰락 무사(로닌)들이 대거 보화종으로 유입되었고, 때로는 막부의 첩보 활동이나 정보 수집에 이들의 신분이 이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코무소는 순수한 종교적 집단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지닌 집단으로 인식되었다.
코무소의 수행 방식은 '수이젠(吹禪)', 즉 '부는 선(禪)'이라고 정의된다. 이들은 일반적인 좌선(坐禪)처럼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대신, 샤쿠하치를 부는 행위 그 자체를 명상으로 삼았다. 한 호흡에 정성을 다해 소리를 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호흡을 조절하고 정신을 집중하며 우주의 본질과 합일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독주곡들은 오늘날까지 '고곡(本曲, 혼쿄쿠)'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일본 전통 음악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 코무소의 위상은 급격히 몰락했다. 메이지 정부는 에도 막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보화종을 탄압하였고, 1871년에는 보화종을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법령을 공포했다. 이로 인해 승려로서의 코무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으나, 이들이 지켜온 샤쿠하치 음악과 그 속에 담긴 선(禪) 사상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대까지 계승되고 있다. 오늘날 코무소의 모습은 일본의 시대극이나 전통 축제 등에서 문화적 상징으로 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