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효스케(古賀 孝助, 1938-2023)는 일본의 정치학자이자 평화 운동가이며, 사가대학교 명예교수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될 당시 폭심지로부터 약 3.8km 떨어진 곳에서 피폭당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그가 평생에 걸쳐 핵무기 폐기와 평화 연구에 매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학문적 성과와 사회적 실천을 결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학문적으로 코가 효스케는 정치학의 관점에서 피폭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는 단순히 피폭의 참상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폭 투하의 배경이 된 국제 정치 구조와 일본의 전쟁 책임, 그리고 전후 피폭자들에 대한 국가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그는 사가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평화학을 강의하고 연구하여, 피폭 체험을 보편적인 평화 담론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그의 연구는 피폭자 개개인의 고통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그는 사회 운동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나가사키 피폭자 증언 모임 등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체험을 증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앞장섰으며, 피폭자 원호법의 제정과 개정을 요구하는 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코가 효스케는 피폭자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국가의 전쟁 수행 결과임을 강조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완전한 보상과 책임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핵무기 금지 조약의 비준을 촉구하는 등 국제적인 반핵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코가 효스케의 평화 사상은 일본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아시아 전체로 향해 있었다. 그는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만이 진정한 평화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피폭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에 힘을 쏟았으며, 일본이 가해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를 단순한 피해자 증언자가 아닌, 역사적 정의와 평화를 동시에 추구한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말년까지도 그는 강연과 집필을 통해 핵 없는 세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202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피폭의 기억이 풍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후대 세대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교량 역할을 자처했다.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와 논문, 그리고 현장에서의 활동 기록은 오늘날에도 평화 연구와 반핵 운동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으며,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류 공통의 과제를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