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색(Khaki)은 힌두어와 페르시아어로 '흙먼지'를 뜻하는 '카크(khak)'에서 유래한 색상이다. 일반적으로는 황갈색이나 옅은 갈색을 띠는 흙색을 의미하며, 탁한 노란색과 갈색이 섞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색상은 19세기 중반 영국령 인도군에서 군복 색상으로 채택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에 주둔하던 영국 군인들은 흰색 면직물 군복이 쉽게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고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어 위장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홍차, 진흙, 카레 가루 등을 이용해 옷을 염색하였는데, 이것이 카키색의 기원이 되었다.
카키색은 현대 군복의 역사에서 위장색의 개념을 도입한 상징적인 색상이다. 이전까지의 유럽 군대들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색상의 제복을 선호했으나, 화기의 발달로 원거리 사격이 중요해짐에 따라 은폐와 엄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890년대 보어 전쟁을 거치며 영국군은 카키색의 실용성을 확인했고, 이후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카키색 계열을 정식 군복 색상으로 채택했다. 이는 군인들이 전장에서 생존할 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이후 등장하는 다양한 위장 패턴의 기초가 되었다.
지역마다 카키색을 인식하는 범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본래의 카키색은 모래색이나 황갈색에 가깝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국방색으로 불리는 어두운 올리브색이나 탁한 녹색 계열을 카키색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과거 군복이 녹색 계열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두 색상이 혼용되어 인식된 결과로 추정된다. 국제적인 표준에서 카키는 여전히 옅은 황갈색을 의미하며, 녹색 기운이 도는 색상은 올리브 드랩(Olive Drab)이나 올리브 그린으로 구별하여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오늘날 카키색은 군사적 목적을 넘어 현대 패션에서 중요한 중성색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퇴역 군인들이 입던 면바지가 민간에 보급되면서 '치노 팬츠'의 대표적인 색상으로 각인되었다. 카키색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색상으로 평가받으며 사파리 룩, 밀리터리 룩, 워크웨어 등 다양한 스타일의 기반이 된다. 또한 베이지, 화이트, 블랙, 네이비 등 다른 색상과 조화를 이루기 쉬워 실용적인 배색을 위한 필수 색상으로 꼽힌다.
심리적으로 카키색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색상으로 여겨진다. 대지의 색과 닮아 있어 차분하고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자동차 외장 색상으로도 자주 사용되며, 도시적인 감각과 야생의 거친 느낌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견고하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할 때 주로 선택되는 색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