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동조합협의회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하 전노협)는 1987년 7월에서 9월 사이에 전개된 노동자 대투쟁 이후 분출된 민주노조 운동을 전국적 차원에서 결집하기 위해 1990년 1월 22일 결성된 노동단체다. 1987년의 투쟁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설립된 지역별·업종별 노조 협의회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출범하였으며, 당시 정부 공인 조직이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어용성을 비판하며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을 지향했다.

전노협은 노동자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노동운동의 민주성 확보를 주요 목표로 삼았다. 조직 체계는 지역별 노조 협의회를 기초 단위로 구성되었으며, 서울노동조합협의회(서노협), 인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인노협), 부산지역노동조합협의회(부노협) 등 전국 10여 개 지역 협의회가 주축이 되었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단병호가 선출되었으며, 기업별 노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별 노조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연대 기구의 성격을 띠었다.

출범 직후부터 전노협은 노태우 정부의 강력한 탄압에 직면했다. 당시 정부는 전노협을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창립 대회를 원천 봉쇄했으며, 주요 지도부를 구속하거나 수배하는 등 물리적 압박을 가했다. 이러한 탄압 속에서도 전노협은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 지원, 1991년 대우조선 파업 및 강경대 치사 사건 이후의 유월 투쟁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다. 또한 노동법 개정과 임금 인상,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전국적인 연대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전노협은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전국적인 단결을 최초로 실현한 조직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비록 정부의 불인정과 탄압으로 인해 조직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노동자들의 계급적 각성과 연대 의식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전노협은 사무직·전문직 노조 등과 결합하여 더 큰 통합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1995년 11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자진 해산하고 민주노총에 통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