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레드 해리스(Jared Harris)는 196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배우로,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독보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는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배우 리처드 해리스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역량으로 세계적인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듀크 대학교에서 드라마와 문학을 전공한 후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등에서 연극 무대 경험을 쌓으며 탄탄한 연기 기초를 다졌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가 급상승한 계기는 AMC의 인기 드라마 '매드맨'에서 레인 프라이스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자레드 해리스는 이 작품에서 영국인 회계사로서 겪는 고립감과 비극적인 최후를 섬세하게 묘사하여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 영국의 국왕 조지 6세 역을 맡아 병약하면서도 위엄 있는 군주의 면모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9년 HBO에서 제작한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은 자레드 해리스의 연기 인생에서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실존 인물인 과학자 발레리 레가소프를 연기하며,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를 수습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의 고뇌와 사명감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이 연기를 통해 그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영화 출연작에서도 그는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선장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에서는 셜록 홈즈의 영원한 숙적인 모리아티 교수로 분해 지적이고 냉철한 악역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 등 다수의 명작에 출연하며 장르를 불문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애플 TV+의 대작 SF 시리즈인 '파운데이션'에서 심리역사학의 창시자 해리 셀던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레드 해리스는 인물의 지적인 카리스마와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극의 분위기와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연기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