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별 시리즈

은별(Silver Star) 시리즈는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KCC) 산하 정보센터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및 그 후속작들을 지칭한다. 199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한 은별은 딥러닝 기술이 바둑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이전인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력을 자랑했던 상용 바둑 소프트웨어이다. 북한은 바둑 외에도 장기, 체스 등의 변형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나, 일반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역사에서 '은별'이라고 하면 이 바둑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은별 시리즈의 개발 초기에는 전통적인 휴리스틱(Heuristic) 탐색과 전문가의 기보를 바탕으로 한 패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바둑의 엄청난 경우의 수로 인해 연산의 한계에 부딪히자, 개발진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확률 기반의 연산 방식인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onte Carlo Tree Search, MCTS)' 알고리즘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이 기술의 적용으로 은별은 형세 판단과 수읽기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아마추어 고단자 수준의 기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래밍 역사에서 소프트웨어의 구조적 전환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프로그램은 세계 컴퓨터 바둑 대회에서 거둔 압도적인 성적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일본에서 열린 FOST배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를 비롯해 KGS 컴퓨터 바둑 토너먼트, UEC배 컴퓨터 바둑대회 등 주요 국제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무패에 가까운 성적으로 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북한의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은별은 미국의 '크레이지 스톤(Crazy Stone)', 프랑스의 '모고(MoGo)' 등 당대 최고를 다투던 바둑 프로그램들과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은별 시리즈는 북한 내수용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여 상용화되었다. 2000년대 중반 남북 IT 교류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통일부의 반입 승인을 받아 한국 시장에 PC용 패키지 게임으로 정식 출시된 바 있으며, 일본에서는 현지 유통사를 통해 '은성바둑(銀星囲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어 꾸준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도 이식되어 대중적으로 서비스되었다. 그러나 2016년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 등장 이후 인공신경망 기반의 딥러닝 AI가 바둑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기존 MCTS 방식에 머물렀던 은별 시리즈는 점차 상용 인공지능 바둑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