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스페인의 관계는 유럽 역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양국은 지리적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종교, 식민지 쟁탈전, 해상권 장악 등을 둘러싸고 수 세기 동안 경쟁과 갈등을 반복해 왔다. 근대 초기에는 가톨릭을 수호하려는 스페인 제국과 개신교를 국교로 채택한 영국 왕실 사이의 종교적 대립이 극에 달했다. 특히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 침공을 시도했다가 패배한 사건은 스페인의 쇠퇴와 영국의 해상 강국 부상을 알리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었다.
18세기에 들어서며 양국은 전 세계의 해상 무역권과 식민지 패권을 두고 더욱 치열하게 충돌했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1701~1714) 당시 영국은 이베리아반도 남단의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를 점령하였으며, 이는 위트레흐트 조약을 통해 영국의 영토로 확정되었다. 지브롤터 문제는 이후 수백 년 동안 스페인이 반환을 요구하며 외교적 마찰을 빚는 핵심 쟁점이 되었고, 현재까지도 양국 관계의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는 일시적인 동맹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프랑스군이 이베리아반도를 침공하자, 영국은 웰링턴 공작이 이끄는 군대를 파병하여 스페인 저항군과 함께 프랑스군에 맞서 싸웠다. 이 반도 전쟁(Peninsular War)을 통해 양국은 군사적 협력을 경험했으나, 전후 스페인령 아메리카 식민지들의 독립 과정에서 영국이 독립 세력을 지원하면서 다시 외교적 긴장이 발생했다.
20세기 중반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정권의 등장은 양국 관계를 다시 경색시켰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스페인의 중립을 유도하려 노력했으나, 파시즘 성향의 프랑코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전후 냉전 체제 하에서 스페인이 고립을 탈피하고 서구권에 편입되면서 관계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1975년 프랑코 사후 스페인이 민주화되고 1986년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면서 양국은 본격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현대에 이르러 영국과 스페인은 경제, 관광, 안보 분야에서 긴밀한 상호 의존 관계를 맺고 있다. 수많은 영국인이 스페인에 거주하거나 관광을 즐기며, 스페인 기업들은 영국의 금융 및 기간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비록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이후 지브롤터의 국경 통제와 어업권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마찰이 재점화되기도 했으나, 양국은 나토(NATO) 회원국으로서 안보 협력을 지속하며 실리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