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뒬메지트 2세

압뒬메지트 2세(Abdülmecid II, 1868~1944)는 오스만 왕조의 마지막 칼리파이자 오스만 제국의 황족이다. 그는 1922년 술탄제가 폐지된 이후 이슬람 세계의 영적 지도자인 칼리파 직위만을 계승했다. 술탄 메흐메트 6세가 폐위되어 망명한 뒤, 앙카라의 터키 대국민의회에 의해 칼리파로 선출되었다. 이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적 실권인 술탄위와 종교적 권위인 칼리파위를 분리한 조치였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상징적인 지위에 머물렀으며 실질적인 통치권은 가지지 못했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이끄는 신생 터키 공화국 정부는 구체제의 잔재를 청산하려 했으며, 칼리파의 존재가 공화국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압뒬메지트 2세가 외국 사절을 접견하거나 화려한 의식을 거행하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자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1924년 3월 3일, 터키 대국민의회는 칼리파제 폐지와 오스만 왕조 전원의 추방을 결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압뒬메지트 2세는 즉시 가족과 함께 이스탄불을 떠나 스위스로 향했다. 이 사건은 600년 이상 지속된 오스만 왕조의 종말이자, 이슬람 역사에서 약 1,300년간 이어져 온 칼리파 제도의 공식적인 소멸을 의미했다.

망명 생활 동안 그는 주로 프랑스에서 거주했다. 그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로, 특히 서양화에 능숙하여 여러 작품을 남긴 화가이기도 했다. 그는 파리에서 독서와 음악, 미술에 전념하며 조용한 여생을 보냈으나, 오스만 왕실의 수장으로서 왕조의 복권을 꾀하지는 않았다.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4년 파리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유해는 사후 터키 정부의 거부로 고국에 묻히지 못했다. 수년간 파리의 이슬람 사원에 안치되어 있다가, 1954년이 되어서야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에 위치한 바키 묘지에 안장되었다. 압뒬메지트 2세의 죽음과 함께 오스만 제국의 영광과 칼리파의 역사는 문헌 속에 남게 되었으며, 그는 근대 터키의 탄생 과정에서 구시대의 마지막 문을 닫은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