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모나이트>는 2020년 개봉한 영국의 드라마 영화로, 프랜시스 리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세기 영국의 해안 마을 라임 레지스를 배경으로 하며, 역사상 실존했던 고생물학자이자 화석 수집가인 메리 애닝의 삶을 부분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주연 배우로는 케이트 윈슬렛과 시얼샤 로넌이 출연하여 연기 호흡을 맞췄으며, 제73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줄거리는 홀로 화석을 발굴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메리 애닝에게 부유한 지질학자 로더릭 머치슨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로더릭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내 샬럿 머치슨을 잠시 돌봐달라고 부탁하며 메리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안한다. 처음에 메리는 일상을 방해받는 것을 꺼리며 냉담하게 반응하지만, 함께 바닷가에서 화석을 찾고 고립된 생활을 공유하며 두 여성 사이에는 점차 깊은 정서적 유대와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영화는 당시 사회에서 여성 과학자가 처했던 고립된 상황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의 고단함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메리 애닝은 남성 중심의 학계에서 소외된 채 자신의 위대한 발견을 남성들의 이름으로 학회에 발표해야 하는 처지이며, 이는 그녀의 무뚝뚝하고 폐쇄적인 성격을 형성하는 배경이 된다. 케이트 윈슬렛은 거친 바닷바람과 흙먼지 속에서 단단하게 굳어진 메리의 내면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으며, 시얼샤 로넌은 억압된 생활 속에서 생기를 잃었다가 사랑을 통해 변모해가는 샬럿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암모나이트>는 화려한 대사보다는 정적인 시각 이미지와 현장음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거친 파도 소리와 돌을 깎는 금속성 소리는 메리의 고독한 일상을 부각하며, 차가운 색감의 영상미는 인물들이 처한 현실의 무게를 드러낸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암모나이트' 화석은 오랜 세월 단단하게 굳어있던 메리의 마음과 그 안에 간직된 열정,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결합한 이 영화는 메리 애닝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하되, 그녀의 사적인 관계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 실제 메리 애닝은 고생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지만 생전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식 교육이나 예우를 받지 못했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소외를 조명함과 동시에, 신분과 환경을 초월한 두 여성의 유대감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