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애닝(Mary Anning, 1799~1847)은 영국의 화석 수집가이자 초기 고생물학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선구자이다. 영국 남부 도싯주의 해안 마을인 라임 리지스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을 돕기 위해 해안가 절벽에서 화석을 채집하여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가 활동했던 라임 리지스의 '쥬라기 해안'은 훗날 고생물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밝혀졌으며, 애닝은 이곳에서 평생을 바쳐 수많은 중요한 화석들을 발굴했다.
애닝이 과학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811년경 오빠 조셉과 함께 익티오사우루스(Ichthyosaurus)의 온전한 골격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 화석을 단순히 악어나 거대한 물고기의 유해로 여겼으나, 애닝의 정교한 발굴과 관찰은 이것이 현대의 생물과는 완전히 다른 고대 해양 파충류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후 그는 1823년에 최초의 완전한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 골격을 발견했으며, 1828년에는 영국 최초의 익룡인 디모르포돈(Dimorphodon) 화석을 찾아내어 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단순한 화석 수집가에 머물지 않고 애닝은 독학을 통해 지질학과 해부학에 관한 깊은 지식을 쌓았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화석들을 정밀하게 스케치하고 기록했으며, 화석화된 동물의 분변인 분화석(Coprolite)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여 고대 생물의 식습관을 연구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당대의 저명한 과학자들은 애닝의 해박한 지식과 발굴 실력을 인정하여 그를 방문해 자문을 구했으나, 정작 애닝은 여성이라는 성별과 하층 계급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인해 런던 지질학회 등의 공식적인 학술 활동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애닝의 발견은 당시 기독교적 창조론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생물의 멸종과 지구의 오랜 역사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발견한 수많은 표본들은 오늘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현대 고생물학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생전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논문을 발표하거나 정당한 명성을 누리지 못했으나, 사후에 그의 공로가 재조명되면서 2010년 영국 왕립학회에 의해 '과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