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플렉

아서 플렉(Arthur Fleck)은 토드 필립스 감독의 2019년 영화 《조커(Joker)》의 주인공이자, DC 코믹스의 대표적인 악당 조커의 기원을 새롭게 재해석한 인물이다.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했다. 기존 코믹스나 영화에서 화학 약품통에 빠져 미치광이가 된 범죄계의 프린스로 묘사되던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의 아서 플렉은 1980년대 초반 가상의 도시 고담시에서 살아가는 소외되고 병든 하층민으로 묘사된다. 그의 서사는 한 평범하고도 연약한 개인이 사회적 냉대와 불평등 속에서 어떻게 극단적인 광기로 물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직업은 이벤트 대행사에 소속된 광대로, 병든 어머니 페니 플렉을 모시며 낡은 아파트에서 빈곤하게 살아간다. 아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뇌 손상으로 인해 감정과 무관하게 발작적인 웃음을 터뜨리는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그의 기괴한 웃음병과 사회성 부족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오해를 사며 지속적인 멸시와 폭력에 시달린다.

아서의 비극은 고담시의 복지 예산 삭감으로 인해 그가 의존하던 정신 상담과 약물 치료가 중단되면서 가속화된다. 어느 날 밤, 지하철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폭행하던 웨인 엔터프라이즈 소속의 금융인 세 명을 우발적으로 총으로 쏴 살해하게 되고, 이 사건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그의 내면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후 어머니의 과거 병력과 자신이 끔찍한 아동 학대를 당해 뇌 손상을 입은 입양아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면서, 아서를 지탱하던 최소한의 도덕성과 자아는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모든 희망을 상실한 아서는 자신을 억압하던 과거의 굴레를 끊어내고 완전한 범죄자이자 광기 어린 상징인 '조커'로 각성한다. 그는 평소 동경하던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의 방송에 초대받은 뒤, 붉은 수트와 광대 분장을 한 채 생방송 도중 머레이를 권총으로 살해하며 자신의 분노와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킨다. 아서가 저지른 살인은 고담시의 빈부격차와 기득권층에 분노하던 하층민들의 대규모 폭동을 촉발하고, 그는 의도치 않게 시위대에게 추앙받는 혼돈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아서 플렉이라는 캐릭터는 기존 히어로물 악당의 전형성을 탈피하여, 현대 사회의 소외, 정신 질환자에 대한 방치, 계급 갈등 같은 무거운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호아킨 피닉스는 이 배역을 위해 20kg 이상을 감량하며 뼈가 드러나는 기형적인 체형을 완성했고, 병적인 웃음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환자들의 모습을 깊이 연구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그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석권하며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를 완성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