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아라드

아비 아라드(Avi Arad, 1948년 8월 1일 ~ )는 이스라엘계 미국인 기업가이자 영화 제작자이다. 1990년대 파산 위기에 처했던 마블 코믹스를 구출하고, 오늘날의 마블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최고 경영자(CEO)와 마블 스튜디오의 설립자 겸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0년대 초반 슈퍼히어로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 키프로스에서 태어나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복무한 후 미국으로 이주한 아라드는 호프스트라 대학교에서 산업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장난감 산업에 뛰어들어 '토이 비즈(Toy Biz)'라는 완구 회사의 주요 임원이 되었다. 1990년대 중반 마블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심각한 재정난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했을 때, 아라드는 아이작 펄머터와 함께 토이 비즈를 마블과 합병시키며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 합병을 통해 마블은 파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아라드는 마블 캐릭터들의 판권을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과 미디어 믹스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마블의 핵심 자산이 캐릭터에 있다고 판단한 아비 아라드는 1993년 마블 필름스(이후 마블 스튜디오로 개편)를 설립하고 영화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는 20세기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 소니 픽처스의 샘 레이미 감독판 《스파이더맨》 3부작, 뉴 라인 시네마의 《블레이드》 등의 제작에 참여하여 연이어 상업적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시기 아라드가 제작한 영화들은 슈퍼히어로 장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류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만화책 원작 영화에 대한 대중과 평단의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아라드는 마블 스튜디오가 외부 배급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본을 조달해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오늘날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구축)에 대해 당시 경영진과 이견을 보였다. 결국 2006년 마블 스튜디오의 회장직에서 사임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제작사 '아라드 프로덕션(Arad Productions)'을 설립하여 독립했다. 마블을 떠난 후에도 소니 픽처스가 판권을 보유한 스파이더맨 관련 영화들의 핵심 제작자로 남았으며,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시리즈, 《베놈》 등의 스파이더맨 스핀오프 영화들을 성공적으로 제작했다.

슈퍼히어로 영화 외에도 아라드는 비디오 게임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할리우드 실사화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인기 비디오 게임 원작인 톰 홀랜드 주연의 《언차티드》, 《보더랜드》 등의 영화 제작을 맡았다. 비록 일부 영화에서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원작 팬들과 비평가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무너져가던 마블 브랜드를 재건하고 현대 코믹스 원작 영화 시장의 뼈대를 세운 그의 업적은 영화 산업 내에서 부정할 수 없는 역사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