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멕시코인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주로 레반트 지역(오늘날의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에서 멕시코로 이주한 아랍인들의 후손을 일컫는다. 이들은 당시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지역에서 종교적 박해나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이주를 선택했다. 초기 이민자들은 주로 오스만 제국 여권을 소지하고 입국했기 때문에 멕시코인들 사이에서 '투르코스(Turcos, 터키인)'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주민의 대다수는 기독교 신자였으며, 특히 마론파 가톨릭이나 그리스 정교회 신봉자가 많았다. 이는 가톨릭 국가인 멕시코 사회에 이들이 비교적 빠르게 동화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다. 무슬림 아랍인의 이주도 일부 존재했으나 소수였으며, 이들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지 문화와 종교에 융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오늘날 아랍계 멕시코인은 멕시코 전역에 걸쳐 수십만 명에서 백만 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랍계 이주민들은 초기에는 행상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섬유업, 무역업, 부동산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은 가족 중심의 강한 결속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바탕으로 멕시코 경제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부호로 알려진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은 레바논계 후손으로, 아랍계 멕시코인이 멕시코 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높은 경제적 위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랍 문화는 멕시코의 일상 문화, 특히 식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가 멕시코의 국민 음식 중 하나인 '알 파스토르(Al Pastor)' 타코이다. 이는 레바논 이민자들이 가져온 '샤와르마(Shawarma)' 조리 방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수직 회전 구이기에 고기를 익혀 먹는 방식이 현지의 돼지고기와 결합하여 탄생했다. 또한 시리아와 레바논의 식재료와 조리 기법은 멕시코 요리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경제와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예술, 학문 분야에서도 아랍계 멕시코인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이들은 멕시코의 주요 정당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저명한 작가, 예술가로서 멕시코 현대사에 기여해 왔다. 아랍계 멕시코인 공동체는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레바논 클럽(Centro Libanés)과 같은 조직을 운영하며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완전한 멕시코인으로 정의하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