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연합국

신흥 연합국(New Emerging Forces, NEFO)은 196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가 제창한 정치적 개념이자 국제적 연대 세력을 지칭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 체제 하에서 미소 양대 진영 어디에도 완전히 귀속되지 않으려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신생 독립국들과 사회주의 국가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고안되었다. 수카르노는 1960년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이 용어를 처음으로 공식화하며, 기존의 국제 질서를 주도하던 세력에 대항하는 새로운 힘의 결집을 촉구하였다.

이 개념의 핵심은 기존의 제국주의 및 식민주의 세력을 상징하는 '기성 세력(Old Established Forces, OLDEFO)'과의 대립 구도에 있다. 수카르노는 세계의 갈등이 단순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 아니라, 착취하는 자인 기성 세력과 착취당하는 자인 신흥 연합국 사이의 투쟁이라고 규정하였다. 신흥 연합국은 민족주의, 반식민주의, 반제국주의를 공통의 가치로 삼았으며, 서구 중심의 국제연합(UN) 체제가 신생 국가들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인식을 공유하였다.

신흥 연합국의 구체적인 활동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신흥국 경기대회(GANEFO)'의 개최였다. 1962년 인도네시아가 아시안 게임에서 이스라엘과 대만의 참가를 거부하여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자, 수카르노는 이에 맞서 1963년 자카르타에서 제1회 GANEFO를 개최하였다. 이 대회는 스포츠와 정치가 분리될 수 없다는 기치 아래 약 50개국이 참여하며 신흥 연합국 세력의 결속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장이 되었다.

또한 수카르노는 기존의 UN을 대체하거나 개혁하기 위한 시도로서 '신흥국 연합(CONEFO)'이라는 국제기구 창설을 추진하였다. 그는 자카르타에 이 기구의 본부 건물을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1965년 인도네시아 내부의 정치적 격변과 쿠데타 시도로 인해 수카르노가 실각하면서 이 구상은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비록 조직적인 실체로서 장기간 지속되지는 못했으나, 신흥 연합국 담론은 제3세계의 주권 의식을 고취하고 비동맹 운동의 급진적 흐름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신흥 연합국의 쇠퇴는 내부적인 이념 차이와 경제적 한계에서도 기인하였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지원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신생 독립국들은 국가 건설 과정에서 기존 서구 열강의 경제 원조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에 직면해 있었다. 수카르노 사후 인도네시아 정권이 친서방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신흥 연합국이라는 명칭은 국제 정치 무대에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으나, 이는 강대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균열을 내고 다극화된 세계관을 제시했다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