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델 크로이츠(Schedel's Cross)는 15세기 후반 독일의 인문주의자이자 의사였던 하르트만 섀델(Hartmann Schedel)이 소유했던 유물함 십자가다. 하르트만 섀델은 유명한 역사서인 '뉘른베르크 연대기'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십자가는 그의 개인적인 신앙심과 당대 금세공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받는다. 제작 시기는 대략 1480년에서 1490년 사이로 추정된다.
이 십자가는 후기 고딕 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교한 금속 공예품이다. 주된 재료는 은에 금을 입힌 은도금이며, 그 표면은 사파이어, 루비, 진주와 같은 귀한 보석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특히 세부적인 문양과 장식 요소에는 당시 뉘른베르크 금세공사들의 뛰어난 기술력이 반영되어 있으며, 에나멜 기법을 활용한 장식적 디테일이 돋보인다.
유물함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게, 십자가 내부에는 성유물이 안치되어 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 안에는 그리스도가 못 박혔던 '참 십자가(True Cross)'의 파편으로 여겨지는 나무 조각이 보관되어 있다. 이는 중세 말기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사적 예배 문화와 성유물 숭배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섀델 크로이츠는 하르트만 섀델의 개인 소장품 목록에 기록되어 있어 그 출처와 소유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유물 중 하나다. 이는 당대 인문주의자가 종교적 유물을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근거가 된다. 단순히 종교적 상징물을 넘어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이 유물은 독일 뉘른베르크에 위치한 게르만 국립박물관(Germanisches National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십자가의 하단 받침대부터 최상단까지 이어지는 건축적 조형미와 보석의 배치는 15세기 독일 금속 공예가 도달했던 높은 수준을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러한 이유로 섀델 크로이츠는 중세 유럽 금세공술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유물로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