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벌(Africanized Honey Bee)은 서양꿀벌과 아프리카꿀벌의 교잡종으로, 학술적으로는 아프리카화 꿀벌이라 불린다. 1950년대 브라질의 생물학자 워릭 커(Warwick E. Kerr)가 열대 기후에 잘 적응하면서도 꿀 생산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아프리카산 꿀벌을 들여와 기존의 유로피언 꿀벌과 교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1957년 연구 도중 아프리카 꿀벌 여왕벌들이 실험실을 탈출하여 야생의 유로피언 꿀벌과 교잡하며 급격히 번식하기 시작했고, 이후 남미 전역을 거쳐 북미 남부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외형상으로는 일반적인 서양꿀벌과 거의 구분되지 않지만, 행동 양식에서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살인벌은 자신의 벌집 주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이나 소음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위협을 느꼈을 때 집단으로 공격하는 성향이 강하다. 일반 꿀벌이 침입자를 수십 미터 정도 추격하는 데 반해, 살인벌은 수백 미터 이상 집요하게 추격하며 수천 마리가 동시에 공격을 가한다. 개별 개체의 독성 자체는 일반 꿀벌과 비슷한 수준이나, 한 번에 쏘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
살인벌은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고 환경 적응력이 강해 기존의 토착 꿀벌 군집을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이들은 매년 일정 속도로 북상하며 중앙아메리카를 거쳐 1990년대에는 미국 텍사스 등 남부 지역까지 진출했다. 이러한 확산 과정에서 가축과 인간을 공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살인벌'이라는 명칭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또한, 이들은 꿀을 저장하기보다 번식과 이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기존 양봉 산업 체계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현재 살인벌의 확산을 인위적으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과학계와 양봉 농가에서는 이들의 공격성을 완화하기 위해 유순한 형질을 가진 꿀벌과 다시 교배시키거나, 살인벌이 점령한 지역에서 안전하게 양봉할 수 있는 관리 기술을 교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살인벌은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는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기후 조건에 따른 지리적 한계선이 확산의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연구하여 양봉업에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