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는 설치목 비버과에 속하는 대형 설치류로, 북반구의 하천이나 늪지에 서식하는 반수생 포유류다. 몸길이는 보통 60~100cm, 몸무게는 15~30kg에 달하며, 설치류 중에서는 카피바라 다음으로 큰 덩치를 자랑한다. 비버는 크게 북미비버와 유럽비버 두 종으로 나뉘며, 두 종 모두 물가에서 나무를 이용해 정교한 구조물을 만드는 독특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비버의 외형적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렌지색의 튼튼한 앞니와 노 모양의 넓적한 꼬리다. 앞니는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강도가 매우 높으며 평생 자라기 때문에, 나무를 갉아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모된다. 뒷발에는 물갈퀴가 있어 수영에 능숙하고, 비늘로 덮인 납작한 꼬리는 물속에서 방향을 잡는 키 역할을 하거나 위험을 감지했을 때 물 표면을 강하게 쳐서 동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또한 털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 방수 기능이 뛰어나고 차가운 물속에서도 체온을 효과적으로 유지해 준다.
비버는 '자연의 건축가'라는 별명에 걸맞게 하천에 댐을 건설하여 스스로 서식 환경을 조성한다. 나무 줄기, 가지, 진흙, 돌 등을 쌓아 만든 댐은 물의 흐름을 막아 수심이 깊고 잔잔한 연못을 형성한다. 이 연못 중앙이나 가장자리에 입구가 물속으로 연결된 '비버 집(Lodge)'을 짓는데, 이는 늑대나 코요테 같은 천적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버는 겨울철을 대비해 물속에 나뭇가지를 저장해 두며, 얼음 밑에서도 이를 꺼내 먹으며 생활한다.
비버의 이러한 건축 활동은 생태계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비버가 만든 댐과 연못은 다양한 수생 식물, 곤충, 어류, 조류에게 서식처를 제공하여 해당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또한 댐은 물의 흐름을 늦추어 하류의 침식을 방지하고, 퇴적물을 걸러내어 수질을 정화하며, 가뭄 시기에는 수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비버는 생태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유지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이자 '생태계 엔지니어'로 평가받는다.
과거 비버는 질 좋은 모피와 향료의 원료인 해리향(Castoreum)을 얻으려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특히 유럽비버는 19세기 말경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으나, 이후 법적 보호와 복원 사업을 통해 현재는 많은 지역에서 개체수를 회복했다. 오늘날 비버는 하천 복원과 습지 보존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지며, 자연 친화적인 수자원 관리 방안의 모델로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