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넘 전투(Battle of Blenheim)는 1704년 8월 13일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중에 일어난 결정적인 전투다. 프랑스와 바이에른 연합군에 맞서 영국, 신성 로마 제국, 네덜란드 등으로 구성된 대동맹군이 맞붙었다. 이 전투는 바이에른의 블레넘(현재의 블린트하임) 인근 다뉴브강 유역에서 전개되었으며, 루이 14세의 프랑스군이 유럽 패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저지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프랑스와 바이에른군은 신성 로마 제국의 수도인 빈을 점령하여 오스트리아를 전쟁에서 탈락시키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막기 위해 영국의 말버러 공작 존 처칠은 네덜란드에서 다뉴브강까지 약 400km에 달하는 거리를 기습적으로 행군하는 도박을 감행했다. 이 대담한 전략적 기동은 프랑스군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으며, 사보이의 외젠 공이 이끄는 군대와 성공적으로 합류함으로써 대동맹군은 반격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전투 당일, 말버러 공작은 프랑스군의 방어선이 양측 마을인 블레넘과 오버글라우에 집중되어 중앙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는 외젠 공에게 우익을 맡겨 적의 주의를 분산시킨 뒤, 자신은 중앙에 강력한 기병과 보병 공격을 퍼부어 프랑스군의 전열을 절단했다. 프랑스의 탈라르 원수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아군이 고립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으며, 결국 말버러의 기병 돌격에 의해 프랑스 중앙선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블레넘 전투의 결과는 대동맹군의 완벽한 승리였다. 프랑스-바이에른 연합군은 약 3만 명 이상의 사상자와 포로를 냈으며, 지휘관인 탈라르 원수 본인도 포로로 잡혔다. 이 승리로 인해 빈에 대한 위협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바이에른이 전쟁에서 이탈하면서 프랑스의 동맹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유럽 최강으로 군림하며 불패의 신화를 써 내려오던 루이 14세의 육군이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은 유럽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전투는 근대 유럽의 세력 균형을 재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은 이 승리를 통해 국제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강대국으로 부상했으며, 말버러 공작은 군사적 천재성을 인정받아 국가적 영웅이 되었다. 블레넘 전투는 단순한 군사적 승리를 넘어, 프랑스의 일방적인 팽창을 저지하고 유럽 대륙의 다극 체제를 유지하게 만든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