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丙子)는 육십갑자(六十甲子) 중 13번째에 해당하는 간지(干支)다. 천간(天干)의 세 번째인 '병(丙)'과 지지(地支)의 첫 번째인 '자(子)'가 결합한 형태다. 오행(五行)에서 병(丙)은 불[火]을 상징하고 색상으로는 붉은색을 의미하며, 자(子)는 물[水]을 상징하고 십이지 동물 중 쥐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자년(丙子年)은 흔히 '붉은 쥐의 해'로 불린다.
명리학과 동양 철학에서 병자(丙子)의 기운은 위에는 뜨거운 태양과 같은 불이 있고 아래에는 차가운 물이 있는 형상으로 해석된다. 이는 수극화(水剋火)의 관계로, 지지의 물이 천간의 불을 통제하거나 끄는 구조다. 전통적으로 병자년에 태어난 사람은 붉은 쥐의 상징처럼 활동적이고 겉으로는 밝고 화려하지만, 내면에는 물의 기운처럼 차분하고 이성적인 지혜를 품고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사에서 '병자'라는 간지가 들어간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636년(조선 인조 14년)에 발발한 병자호란(丙子胡亂)이다. 이는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한 사건으로, 조선의 국왕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항전하였으나 결국 삼전도에서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하며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선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명나라와의 사대 관계를 끊고 청나라와 군신 관계를 맺게 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는 1876년(고종 13년)에 체결된 병자수호조약(丙子修好條約)이 있다. 공식 명칭은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이며, 일반적으로 강화도 조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운요호 사건을 무력 시위의 구실로 삼아 체결된 이 조약은 조선이 외국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자, 영사 재판권과 해안 측량권 등을 내어준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이다. 이 조약을 기점으로 조선은 쇄국정책을 끝내고 본격적인 개항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병자년은 서력기원 연도를 60으로 나누어 16이 남는 해에 해당한다. 천간의 '병(丙)'이 서기 연도의 끝자리 '6'과 일치하므로, 병자년은 항상 끝자리가 6인 해에 돌아온다. 역사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1636년과 1876년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시절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1936년 등이 병자년이었다. 가장 최근의 병자년은 1996년이었으며, 다음 병자년은 2056년에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