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존슨(Ben Jonson, 1572~1637)은 17세기 영국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극작가, 시인, 그리고 비평가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동하며 경쟁 관계를 유지했던 그는 당대 영국 연극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고전 문학에 대한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엄격한 형식미와 도덕적 풍자를 강조했으며, 영문학사에서 고전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존슨의 문학적 업적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기질 희극(Comedy of Humours)'이라는 장르의 확립이다. 그는 인체의 네 가지 체액이 불균형을 이룰 때 인간의 성격적 결함이나 기벽이 나타난다는 중세의 의학 이론을 극에 도입했다. 대표작인 《내 성격 그대로(Every Man in His Humour)》를 통해 그는 특정 성격에 매몰된 인물들의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당시 유행하던 낭만적 희극과는 달리, 인간 본성의 모순과 사회적 부조리를 냉철하게 해부하는 사실주의적 성격을 띠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볼포네(Volpone)》와 《연금술사(The Alchemist)》에서 절정에 달한다. 이 작품들은 탐욕과 기만, 인간의 허영심을 주제로 삼아 구조적으로 완벽한 극 구성을 보여준다. 존슨은 고전 그리스와 로마의 극작 원칙인 삼일치 법칙(시간, 장소, 행동의 일치)을 엄격히 준수하며 극의 논리적 완결성을 추구했다. 그는 천부적인 재능보다 작가의 부단한 학습과 예술적 훈련을 강조했으며, 이러한 태도는 훗날 신고전주의 문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존슨은 극작 외에도 궁정 가면극(Masque) 제작자로서 제임스 1세의 총애를 받았다. 그는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음악, 무용이 어우러진 가면극에 문학적 깊이를 더하여 이를 단순한 오락 이상의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 또한 그는 당대 문인들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존슨의 아들들(Sons of Ben)'이라 불리는 추종자 집단을 형성했다. 로버트 헤릭을 비롯한 기사파 시인들은 존슨의 명료한 시풍과 고전적 형식을 계승하여 영국 시문학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의 생애는 파란만장한 사건들로 가득했다. 벽돌공의 의붓아들로 태어나 군 복무를 경험했으며, 결투 중에 동료 배우를 살해하여 교수형 위기에 처했으나 라틴어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성직자 특권을 이용해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1616년에는 영국 역사상 실질적인 첫 계관 시인(Poet Laureate)의 지위에 올라 왕실 연금을 받았다. 사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된 그의 묘비에는 "희귀한 벤 존슨(O Rare Ben Jonson)"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그가 남긴 독창적인 문학적 발자취를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