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호(朴椿浩, 1930~2008)는 대한민국의 국제법학자이자 국제법 전문가로, 한국인 최초로 국제해양재판소(ITLOS) 재판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해양법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았으며, 특히 동북아시아 해양 경계 획정 및 자원 개발 문제에 관한 연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의 활동은 한국이 국제 해양 질서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국제 사법 기구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였다.
1930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국제법 전공으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유학 시절부터 해양법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당시 급변하던 국제 해양 질서의 흐름을 학문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은 훗날 그가 국제무대에서 법적 논리를 전개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해양 정책에 조언하는 데 견고한 기초가 되었다.
박춘호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및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등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는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UNCLOS III)에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현대 해양법의 기본 골격인 유엔해양법협약이 제정되는 과정에 직접 기여하였다. 특히 황해와 동중국해의 대륙붕 문제와 어업 자원에 관한 그의 연구들은 국제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아시아 지역 해양법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6년 독일 함부르크에 국제해양재판소가 창설될 당시, 박춘호는 초대 재판관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한국인이 국제 사법 기구의 선출직 재판관이 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된다. 그는 2002년 재선에 성공하며 2008년 작고하기 전까지 약 12년 동안 재판관으로 활동하였으며, 전 세계의 해양 분쟁을 공정하게 중재하고 법적 기준을 확립하는 데 헌신하였다. 그의 공정하고 날카로운 판결 논리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 법학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생전 국제해양법학회(ISLOS) 회장을 지냈으며, 다수의 국제 학술지에 편집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2008년 지병으로 별세하기 전까지도 그는 한국의 해양 주권 수호와 국제 협력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며 국가 이익과 국제법적 원칙을 조화시키려 노력하였다. 그의 업적과 연구 성과는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의 해양 정책 수립과 국제법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