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록(懋齋錄)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농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저술한 문집이자 정책 제안서이다. 서유구의 호 중 하나인 '무재(懋齋)'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그의 실학적 사상과 사회 개혁 의지가 집약된 저술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문학적 성취를 기록한 것을 넘어, 당대 조선 사회가 직면한 농업,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담고 있다.
서유구가 이 책을 집필한 시기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로, 조선의 봉건 체제가 모순을 드러내고 농민들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지던 시기였다. 서유구는 관직 생활과 은거 생활을 거치며 직접 농사를 짓고 현장을 관찰하였으며, 이를 통해 얻은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경세치용(經世致用)의 학문을 정립하였다. 무재록은 이러한 서유구의 학문적 여정이 결합된 산물로, 훗날 그의 방대한 백과사전적 저술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집필하기 위한 사상적 토대이자 예비적 고찰의 성격을 띤다.
책의 주된 내용은 농업 진흥, 수리 시설의 확충, 조세 제도의 합리적 개선, 유통 경제의 활성화 등 민생과 직결된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서유구는 특히 농업을 국가의 근본으로 보았으며, 새로운 농법의 도입과 효율적인 농구의 개량, 우수한 종자의 보급 등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또한 향촌 사회의 자치적 운영과 지식인의 실천적 역할을 강조하며, 관념적인 도덕론에 치우쳐 있던 당시 유학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무재록은 조선 후기 실학파의 이용후생(利用厚生) 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헌이다. 관념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통계와 실증적인 관찰에 기초하여 서술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당시 집권층의 탁상공론을 비판하고 현장 중심의 행정과 기술적 혁신을 강조한 서유구의 독보적인 학문 체계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실무 중심적 사고는 조선 사회의 근대적 변용 가능성을 탐구한 중요한 지표가 된다.
역사적으로 무재록은 서유구의 저술 체계 중 초기와 중기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이 책에서 제시한 개혁안과 지식 체계를 더욱 확장하고 세분화하여 16지(志)로 구성된 방대한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를 완성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무재록을 분석하는 것은 서유구 개인의 학문적 변천 과정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19세기 조선 지식인들이 지향했던 부국강병과 민생 안정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