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제시 페테르(Medgyessy Péter)는 헝가리의 경제학자이자 정치인으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헝가리 공화국의 제5대 총리를 지냈다. 그는 1942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으며, 헝가리 사회당(MSZP)의 지원을 받아 총리직에 올랐으나 공식적으로는 당원이 아닌 무소속 신분을 유지했다. 그는 헝가리가 공산주의 체제에서 시장 경제로 전환되는 과정과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메드제시는 부다페스트 경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재무장관을 역임하며 헝가리의 은행 개혁과 조세 제도 현대화를 주도했다. 공산 정권 붕괴 이후에도 그는 경제 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호른 줄러 정부에서 다시 한번 재무장관직을 수행했다. 이 시기에 그는 헝가리 경제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외자 유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2002년 총선에서 메드제시는 사회당과 자유민주연맹(SZDSZ) 연합의 후보로 나서 오르반 빅토르가 이끄는 피데스(Fidesz)를 꺾고 총리에 당선되었다. 취임 직후 그는 공공 부문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등 이른바 '100일 프로그램'을 통해 복지 국가 건설을 표방했다. 그의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는 2004년 5월 1일 헝가리의 유럽연합 정식 가입을 성사시킨 것이며, 이는 헝가리가 서구권 체제로 완전히 편입되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총리 취임 직후 과거 공산주의 시절 정보기관의 비밀 요원(D-216)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그는 자신이 국가 이익을 위한 대정보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도덕적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연맹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경제 정책에 대한 당내 불만이 고조되면서 지도력이 약화되었다. 결국 2004년 8월, 그는 연정 내부의 불신임 분위기 속에서 사임을 발표했으며, 후임으로 주르차니 페렌츠가 취임했다.
총리 퇴임 이후 메드제시는 정계 전면에서 물러났으나, 다양한 국제 포럼과 경제 자문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헝가리 경제의 현대화 기틀을 마련한 실무형 관료이자, 복지 확대와 유럽 통합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추진했던 지도자로 기억된다. 비록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으나, 그가 재임 기간 추진한 정책들은 21세기 초반 헝가리의 사회경제적 방향성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