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허 소총(Mannlicher rifle)은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의 총기 설계자 페르디난트 폰 만리허(Ferdinand von Mannlicher)가 개발한 볼트액션 방식의 소총이다. 이 소총은 당시 혁신적인 급탄 시스템인 '엔블록 클립(En-bloc clip)' 방식을 채택하여 장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제식 소총으로 채택되었으며,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었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는 군사력 강화를 위해 신식 무기 도입에 힘썼다. 이때 만리허 소총은 마우저 소총과 더불어 대한제국군의 주력 화기로 도입되었다. 1890년대 중반부터 다량으로 수입된 만리허 소총은 주로 서울의 시위대와 지방의 진위대에 보급되었다. 이는 구식 전장식 소총이나 단발식 소총에서 현대적인 연발 소총 체제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만리허 소총의 기술적 특징 중 가장 주목받는 점은 탄창 시스템이다. 기존의 소총들이 탄환을 하나씩 삽입하거나 불편한 방식으로 장전했던 것과 달리, 만리허 소총은 5발의 탄환이 묶인 클립을 통째로 삽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마지막 탄환을 발사하면 클립이 탄창 아래로 떨어져 나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재장전 시간을 단축했다. 대한제국에서 주로 사용된 모델은 1888년형(M1888)과 그 개량형들로, 8mm 구경의 탄환을 사용하여 강력한 위력을 보유했다.
1907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 해산당하자, 보관되어 있던 만리허 소총 중 일부는 해산에 반대하며 봉기한 시위대와 진위대 병사들에 의해 외부로 유출되었다. 이 소총들은 정미의병의 주요 무기가 되어 일제 침략에 저항하는 항일 의병 전쟁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되었다. 의병들은 익숙한 조작법과 우수한 명중률을 바탕으로 일본군에 맞서 유격전을 펼치며 독립 투쟁을 이어갔다.
만리허 소총은 대한제국이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했던 군사 근대화 노력의 상징적인 유물이다. 비록 마우저, 베르단, 무라타 등 다양한 기종의 혼용으로 인해 탄약 보급의 통일성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만리허 소총은 당시 한국 군대가 보유했던 가장 근대적인 개인 화기 중 하나였다. 이 총기는 구한말 격동의 역사 속에서 국가를 지키려 했던 군인들과 의병들의 손에 들려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