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호프

울리케 마인호프(Ulrike Meinhof, 1934~1976)는 서독의 언론인이자 극좌파 무장단체인 적군파(RAF, Rote Armee Fraktion)의 핵심 인물이다. 그녀는 '바더-마인호프 그룹'으로도 알려진 이 단체의 이론적 지주 역할을 했으며, 서독 체제에 대항하여 폭력적인 방식의 사회 변혁을 꾀했다. 초기에는 영향력 있는 지식인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나, 점차 급진화되어 무장 투쟁의 길로 들어섰다.

마인호프는 대학 시절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하며 핵무기 반대 운동과 같은 사회 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1959년부터 1969년까지 좌파 잡지인 '콘크레트(konkret)'의 편집장 및 주필로 활동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베트남 전쟁 등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그녀의 글은 당시 서독 학생 운동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데 집중되었다.

1970년 5월, 마인호프는 수감 중이던 안드레아스 바더를 구출하는 작전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지하 무장 활동을 시작했다. 이 사건은 적군파의 실질적인 결성 계기가 되었으며, 그녀는 저널리스트라는 합법적인 신분을 버리고 지명 수배자 신분이 되었다. 이후 적군파는 은행 강도, 폭탄 테러, 공공기관 습격 등을 자행하며 서독 사회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고, 마인호프는 이 과정에서 단체의 성명서를 작성하고 이념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72년 6월, 마인호프는 경찰의 대대적인 추적 끝에 하노버에서 체포되었다. 그녀는 수감 이후 독방에 격리되는 등 엄격한 통제 속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1975년부터 시작된 슈탐하임 재판에서 국가 전복 및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수감 생활 동안 그녀는 동료들과의 갈등과 수사 당국의 정신적 압박을 겪었으며, 적군파 내부의 주도권 다툼에서도 점차 소외되는 양상을 보였다.

1976년 5월 9일, 마인호프는 슈탐하임 교도소의 독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사인은 목을 매어 자살한 것이었으나, 지지자들과 유족들은 국가에 의한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녀의 죽음은 서독 내 좌파 세력의 저항을 더욱 격화시켰으며, 마인호프는 오늘날까지도 전후 독일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