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는 멀티미디어 프랜차이즈 ‘여신전생 데빌 칠드런’ 시리즈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이자 마계를 통치하는 대마왕이다. 시리즈의 시발점이 되는 ‘흑의 서’와 ‘적의 서’에서 주인공인 카이 세츠나와 카나메 미라이의 생부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과거 천계의 신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패배하여 마계로 추락한 타천사로 묘사되며, 마왕으로서 강력한 마력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여신전생 시리즈의 루시퍼가 질서에 대항하는 절대적인 자유의 상징인 것과 달리, 데빌 칠드런에서의 루시퍼는 부성애와 혈통의 굴레라는 개인적인 서사가 강하게 부여된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전개 과정에서 루시퍼는 주로 유폐되거나 봉인된 상태로 등장하여 이야기의 핵심 동기를 부여한다. 그는 마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천계의 침공으로부터 마족을 보호하려 했으나, 대천사 미카엘을 비롯한 천계 세력의 책략에 의해 마계 깊은 곳에 갇히게 된다. 이로 인해 지상에 남겨졌던 그의 자식들인 세츠나와 미라이가 아버지를 구출하고 마계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 것이 시리즈의 주요 골자다. 루시퍼는 단순히 선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이며,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하려다 비극을 맞이한 입체적인 통치자로 그려진다.
루시퍼의 외형은 매체와 시리즈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금발의 수려한 외모를 지닌 인간 형태와 거대한 날개를 펼친 위엄 있는 타천사의 모습을 공유한다. 그는 강력한 어둠의 에너지를 다루며, 적에게는 냉혹하지만 자신의 혈육과 부하들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신뢰를 보내는 면모를 보인다. 특히 게임 내에서는 주인공이 진정한 ‘데빌 칠드런’으로서 각성하기를 바라며, 시련을 통해 그들의 성장을 유도하는 조력자이자 보이지 않는 인도자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데빌 칠드런 시리즈 내에서 루시퍼는 ‘운명에 대한 저항’과 ‘종족의 진화’를 상징한다. 그는 신이 정해놓은 예정설에서 벗어나 마족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이는 주인공들이 인간과 악마의 혼혈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두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근본적인 배경이 된다. 그의 존재는 단순히 종족 간의 전쟁을 넘어,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작품 전체의 테마를 관통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판에서도 루시퍼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코믹스 판에서는 게임보다 더욱 처절하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마왕으로 묘사되며, 천계와의 끝없는 전쟁 속에서 고뇌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부각된다. 그는 주인공들에게 강력한 힘을 물려준 근원이자, 언젠가는 뛰어넘어야 할 거대한 벽으로서 시리즈 전체의 서사적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루시퍼라는 캐릭터는 데빌 칠드런 시리즈가 여타 아동 대상 매체와 차별화되는 깊이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