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 미국의 사업가, 작가,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다. 보스턴의 부유한 명문가인 로웰 가문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초기에는 동양 문화에 심취하여 일본과 조선을 여행하고 관련 저술을 남겼다. 생애 후반기에는 천문학 연구에 헌신하여 화성의 운하설을 주장하고 명왕성 발견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 과학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로웰은 19세기 말 조선과 서양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한국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1883년 일본 여행 중 조선의 외교 사절단인 보빙사 일행을 만나 그들의 미국 안내역을 맡았고, 이를 계기로 고종 황제의 신임을 얻어 조선에 초청되었다. 한양에 머무는 동안 그는 조선의 풍경, 문화, 정치 상황을 사진과 글로 상세히 기록했으며, 보빙사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여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초기 한미 외교 관계 수립에 기여했다.
그가 1885년에 저술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ö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는 서구 사회에 조선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에서 로웰은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묘사하며 조선의 자연환경, 사회 구조, 풍속 등을 서양인의 시각에서 관찰하고 분석했다. 비록 일부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섞여 있다는 비판도 있으나, 당시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던 조선의 실상을 외부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양 여행을 마친 후 로웰은 천문학자로 전향하여 1894년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로웰 천문대를 설립했다. 그는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가 관측한 화성의 '카날리(canali)'에 영감을 받아, 화성 표면에 지적 생명체가 건설한 인공 운하가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방대한 관측을 수행하고 대중적인 저술 활동을 펼쳤는데, 훗날 탐사선에 의해 운하설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으나 그의 연구는 대중의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행성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로웰의 또 다른 중요한 과학적 업적은 해왕성 궤도의 불규칙성을 설명하기 위해 미지의 '행성 X'의 존재를 예측한 것이다. 그는 수학적 계산을 통해 제9의 행성이 있을 위치를 추정하고 생의 마지막까지 그 행성을 찾는 데 매진했다. 비록 로웰은 생전에 그 행성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1916년 사망했으나, 1930년 그가 설립한 로웰 천문대의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함으로써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명왕성의 영문명 'Pluto'의 앞 두 글자 'PL'은 퍼시벌 로웰의 이니셜을 기리기 위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