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클레멘스(Ray Clemence, 1948~2020)는 영국의 전설적인 골키퍼로, 리버풀 FC와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며 1970년대와 80년대 유럽 축구계를 풍미한 인물이다. 그는 뛰어난 반사 신경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문장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프로 통산 1,000경기가 넘는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 시대를 상징하는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클레멘스의 경력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는 리버풀 FC 시절이다. 1967년 스컨소프 유나이티드에서 빌 샹클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리버풀에 합류한 그는, 1970년대 리버풀의 황금기를 이끄는 핵심 전력이 되었다. 그는 리버풀에서 뛰는 동안 1부 리그 우승 5회, 유러피언컵(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UEFA컵 우승 2회 등 클럽 축구에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영광을 누렸다. 특히 리버풀이 유럽의 강자로 군림하던 시기, 클레멘스는 철벽 수비의 마지막 보루로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1981년 리버풀을 떠난 클레멘스는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여 선수 생활의 후반기를 보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과시한 그는 토트넘에서도 FA컵 우승과 UEFA컵 우승을 경험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는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철저한 자기 관리와 꾸준함을 유지하며 수많은 후배 골키퍼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코치로서 오랜 기간 후진 양성에 힘썼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도 클레멘스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그는 1972년부터 1983년까지 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총 61경기에 출전했다. 동시대의 또 다른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쉴턴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는데, 이들의 경쟁은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의 골키퍼 자원이 얼마나 풍부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비록 쉴턴과의 로테이션 시스템 때문에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지는 못했으나, 클레멘스는 출전할 때마다 안정적인 방어력을 선보이며 국가대표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레이 클레멘스는 단순한 운동선수를 넘어 성실함과 스포츠맨십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그는 전립선암 투병 중에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으며, 202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축구계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리버풀과 토트넘 두 클럽 모두에서 레전드로 대우받는 그의 기록과 업적은 잉글랜드 축구 연맹(FA) 명예의 전당 헌액을 통해 영구히 보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