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 공산당

러시아 연방 공산당(Communist Party of the Russian Federation, 이하 러시아 공산당)은 1993년 설립된 러시아의 정당으로, 구 소련 공산당의 러시아 지부 성격을 계승한 후계 정당을 자처한다. 1991년 소련 해체 직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공산당 활동 금지 조치에 따라 해산되었으나, 이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1993년 제2차 당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재건되었다. 창당 이래 겐나디 쥬가노프가 당수직을 맡아 이끌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 연방 내에서 집권당인 통합 러시아당에 이어 제2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야당 세력이다.

당의 핵심 이념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러시아 애국주의를 결합한 형태를 띤다. 이들은 소련 시절의 사회적 복지 체제 복구와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주장하며, 1990년대 추진된 급진적인 시장 경제 개편과 민영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특히 천연자원과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여 부의 재분배를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또한, 서방의 신자유주의적 영향력에 대항하여 러시아의 독자적인 발전 경로와 전통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때로는 러시아 정교회적 가치와의 조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러시아 공산당은 1990년대 중반 보리스 옐친 정권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으로 군림했다. 1995년 총선에서 제1당에 올랐으며, 1996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쥬가노프 후보가 옐친과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공산당은 농촌 지역과 산업 쇠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레드 벨트(Red Belt)'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의 집권과 통합 러시아당의 급부상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고한 조직망과 고정적인 지지층을 보유한 유일한 전국 단위 야당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러시아 공산당은 이른바 '체제 내 야당'으로서의 복합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연금 개혁이나 물가 상승 등 국내 사회·경제적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통합 러시아당을 강하게 비판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나 대외 관계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주요 사안에서는 크렘린의 입장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인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유입을 도모하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홍보와 현대적인 사회주의 담론을 도입하고 있으나, 기존의 노년층 중심 지지 기반과 새로운 정치적 요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당의 상징으로는 구 소련의 상징인 낫과 망치를 그대로 사용하며, 역사적 정통성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