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 박스(Devil Box)는 그래픽 카드 전문 제조사인 파워컬러(PowerColor)가 출시한 외장 그래픽 카드 박스(eGPU Enclosure)이다. 2016년경 처음 공개된 이 장치는 노트북이나 소형 폼팩터 PC의 그래픽 성능을 데스크톱 수준으로 확장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인텔의 썬더볼트 3(Thunderbolt 3)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고대역폭 데이터 전송을 통해 외부에서도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외관 디자인은 파워컬러의 상징적인 '데블' 브랜딩을 계승하여 검은색 금속 소재와 특유의 로고를 특징으로 한다. 내부에는 500W 용량의 파워서플라이가 탑재되어 있어 고성능 그래픽 카드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며, USB PD(Power Delivery) 기능을 통해 연결된 노트북을 동시에 충전할 수도 있다. AMD와 엔비디아(NVIDIA)의 다양한 그래픽 카드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내부 공간의 한계로 인해 특정 규격 이상의 카드는 장착이 제한될 수 있다.
단순한 그래픽 카드 연결 기능을 넘어 도킹 스테이션(Docking Station)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기기 후면에는 다수의 USB 3.0 포트와 USB 3.1 C타입 포트, 기가비트 이더넷 포트가 마련되어 있어 키보드, 마우스, 유선 LAN 등의 주변기기를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썬더볼트 케이블 하나만 분리하면 노트북을 즉시 휴대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며, 복잡한 케이블 환경을 단순화하는 데 기여한다.
기술적으로는 AMD의 엑스커넥트(XConnect) 기술을 지원하는 초기 제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엑스커넥트는 인텔 및 레이저(Razer)와의 협업을 통해 외장 그래픽의 호환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표준 기술이다. 데블 박스는 이를 통해 노트북 사용자가 별도의 복잡한 설정 없이도 외장 그래픽 카드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초기 eGPU 시장의 대중화에 일조하였다.
비록 썬더볼트 3의 대역폭 제한으로 인해 데스크톱 메인보드에 직접 장착할 때보다 일정 부분 성능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고해상도 게임이나 영상 편집과 같은 고사양 작업에서 노트북의 성능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이후 더 작고 효율적인 후속 모델들이 시장에 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데블 박스는 외장 확장 기기 분야에서 파워컬러의 기술적 입지를 다진 상징적인 하드웨어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