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러시아의 관계는 복잡한 국제 지정학적 구도 속에서 비공식적인 실무 교류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과거 냉전 시기 대만의 국민당 정부와 소연방(소련)은 극심한 이념적 대립으로 인해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소련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고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함에 따라 양측의 공식적인 접촉은 장기간 차단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인 페레스토로이카와 대만의 민주화 및 유연 외교 정책이 맞물리며 민간 차원의 교류가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연방은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대만과의 실질적인 경제 및 문화 협력을 위해 비공식적인 채널을 구축했다. 1992년 양측은 상호 대표부 설치에 합의하였으며, 현재 타이베이에는 '모스크바-타이베이 경제문화협력위원회'가, 모스크바에는 '타이베이-모스크바 경제문화협력위원회'가 각각 설치되어 영사 업무와 경제 협력의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적으로 견지하며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나, 경제적 실리를 위해 민간 부문의 교류는 허용하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해 왔다.
경제 및 기술 분야에서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왔다. 대만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석탄, 철강 등 원자재를 주로 수입해 왔으며, 러시아는 세계적인 IT 제조 역량을 갖춘 대만으로부터 반도체, 전자제품, 컴퓨터 부품 등을 수입했다. 특히 대만의 첨단 제조 기술과 러시아의 기초 과학 기술은 상호 협력의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꼽혔다. 2000년대 이후에는 직항 노선 개설과 무비자 입국 제도 시행 등을 통해 관광 및 인적 교류가 확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양국 관계는 급격히 경색되었다. 대만 정부는 국제 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및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러시아는 대만을 '비우호 국가 및 지역' 명단에 포함시키며 외교적 보복 조치를 취했다. 또한 러시아는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대만이 중국의 불가분한 영토임을 재확인하는 등, 대만을 향한 정치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대만과 러시아의 관계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거대한 국제적 대립 구도 속에서 최저점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략적 밀착을 강화함에 따라 대만과의 실무적인 관계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차원의 경제적 필요성과 기술적 의존도가 잔존하고 있어, 향후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의 실용적 접촉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