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GT-R LM NISMO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닛산이 2015년 FIA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WEC)의 LMP1-H 클래스 참전을 위해 개발한 스포츠 프로토타입 레이싱카이다. 당시 르망 24시 우승을 목표로 설계된 이 차량은 기존의 내구 레이스카들이 채택하던 미드쉽 엔진 후륜구동(MR) 방식에서 벗어나, 엔진을 앞에 배치하고 앞바퀴를 굴리는 전륜구동(FF) 레이아웃을 채택하는 파격적인 설계를 선보였다. 이는 공기역학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자 벤 보울비(Ben Bowlby)의 독창적인 시도였다.
차량의 핵심인 파워트레인은 3.0리터 V6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인 VR30DDTT와 기계식 플라이휠 에너지 회생 시스템(ERS)으로 구성되었다. 전륜구동 방식의 특성상 앞바퀴의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 타이어의 폭(14인치)이 뒷 타이어(9인치)보다 넓게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차체 전면에서 유입된 공기가 차량 내부의 거대한 터널을 통해 후면으로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항력을 줄이고 다운포스를 얻는 혁신적인 공기역학 구조를 가졌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설계는 실제 경기에서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핵심 기술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개발 과정에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2015년 르망 24시 본선에서는 하이브리드 구동 없이 내연기관 엔진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로 인해 출력이 크게 부족해진 차량은 같은 클래스의 경쟁 모델들인 아우디, 포르쉐, 토요타에 비해 현저히 느린 랩타임을 기록했으며, 심지어 하위 클래스인 LMP2 차량들보다도 속도가 뒤처지는 수모를 겪었다.
2015년 르망 24시에 투입된 세 대의 GT-R LM NISMO 중 두 대는 기계적 결함으로 리타이어했으며, 나머지 한 대는 완주에는 성공했으나 선두 차량과의 거리 차이가 너무 커 공식 순위에 기록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닛산은 이후 차량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2016년 시즌에 재도전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과 FF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2015년 12월 프로젝트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닛산 GT-R LM NISMO는 모터스포츠 역사상 가장 과감하고 실험적인 도전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철저한 검증과 준비가 부족했던 공학적 실패 사례로도 기억된다. 이 차량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려는 시도가 실제 경쟁 환경에서 얼마나 가혹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현재 대부분의 차량은 박물관에 보관되거나 폐기되었으며, 닛산의 LMP1 도전기는 단 한 시즌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