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주의(Empiricism)는 지식의 근원을 이성이나 선험적인 관념이 아닌 인간의 감각적 경험에서 찾는 철학적 입장이다. 모든 지식은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백지 상태와 같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는 보편적 진리가 이성적 사유만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합리주의(Rationalism)와 대립하며 근대 철학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였다.
경험주의의 역사적 뿌리는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체계적인 철학적 사조로 확립된 것은 17세기와 18세기 영국의 철학자들에 의해서였다. 이를 '영국 경험주의'라고 부르며, 존 로크, 조지 버클리, 데이비드 흄이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이들은 지식의 확실성을 검증하기 위해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되는 데이터와 그것을 처리하는 심리적 과정에 주목하였다.
존 로크는 그의 저서 《인간 지성론》에서 '타불라 라사(Tabula Rasa)' 개념을 제시하며, 지식은 감각과 성찰이라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해 얻어진다고 주장했다. 뒤를 이은 조지 버클리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라는 주관적 관념론으로 경험주의를 확장했으며, 데이비드 흄은 인과관계조차 습관에 의한 심리적 기대에 불과하다고 보는 회의론적 경험주의를 전개했다. 흄의 철학은 이후 임마누엘 칸트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를 통합하는 비판 철학을 정립하는 데 큰 자극을 주었다.
경험주의는 근대 과학 방법론의 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개별적인 사실들을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칙을 도출하는 귀납법(Induction)은 경험주의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이러한 귀납적 탐구 방식을 체계화하여 과학적 지식이 권위나 전통이 아닌 실제적 증거에 기반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는 현대 과학의 실증적 연구 태도로 이어졌다.
20세기에 들어 경험주의는 논리 실증주의와 분석 철학으로 계승되며 현대 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사상의 철학적 토대가 되었으며, 교육학적 측면에서는 아동의 실제적인 경험과 활동을 중시하는 진보주의 교육 운동의 근거가 되었다. 경험주의는 오늘날에도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과 실증적인 학문 탐구의 기본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